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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물고기에 대한 얕고 넓은 지식 멸치 이야기

USS DELTA VECTOR 2024. 8. 29. 11:48

연재 조홍식의 물고기力 물고기에 대한 얕고 넓은 지식 멸치 이야기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멸치

수면 가까이 떼로 유영하고 있는 멸치.

 


멸치라고 부르는 어종은 세계적으로 예닐곱 가지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근해(사할린 남부 해역에서 대만 인근 해역까지 분포)에 사는 멸치(학명 Engraulis japonicus) 이외에  캘리포니아멸치, 유럽멸치, 호주멸치, 아르헨티나멸치, 아프리카멸치 등등이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이들 멸치를 통틀어 ‘앤초비(anchovy)’라 부르는데, 다 중요한 어업자원이자 유용한 낚시용 미끼다.
앤초비는 국내에서도 가끔 구입할 수 있다. 꽁치 통조림처럼 가공된 제품이다.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피자에 앤초비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기도 하고 파스타에도 앤초비가 들어가곤 한다. 국산 멸치가 아닐 뿐 멸치는 멸치다. 외국의 항구 근처 낚시점에는 당연히 앤초비 생미끼가 구비되어 있다.

 

몸통에 은색 테이프를 두른 것 같은 모습의 샛줄멸.

 까나리

여느 가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른멸치.

해저 모래 속에 들어가 잠을 자는 까나리.

말린 양미리. 양미리는 동해에서 잡히는 까니리를 말한다.

 

시중에선 왜 15cm 이상 큰 멸치를 보기 힘들까? 
음력으로 4월은 멸치 어업이 성행하는 계절이다. 이 계절이 되면 그물코마다 빈틈없이 한가득 걸린 대멸치를 터는 작업 모습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역시 금년에도 어김없이 공중파를 통해 TV 화면에도 비춰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누구에게나 친숙한 멸치, 새삼스레 멸치의 용도를 생각해보니 참 다양하기도 하다. 우선은 먹거리. 방송을 통해 다양한 멸치요리들이 선보이고 있었다. TV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대멸치 요리들, 멸치 회에 무침, 생멸치 찌개와 멸치쌈밥도 나온다. 그런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렇게 큰, 거짓말 약간 보태 한 뼘(실제로는 15cm 정도)이나 되는 봄 멸치 생물은 만나볼 수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현지에 가야 계절의 진미를 맛볼 수 있을 거다.
봄에 어획되는 이 대멸치는 대부분 젓갈을 담가 멸치액젓으로 재탄생된다고 한다. 가공을 위한 원료이다 보니 생물로 유통되기는 힘들 것이고 이 화려하기까지 한 봄 멸치요리는 현지에서나 맛볼 수 있다는 의미가 납득이 갔다. 이런 생물 대멸치 말고 어느 가정집에서도 다 부엌 한 쪽에, 혹은 냉장고 안에 가지고 있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멸치는 역시 마른멸치다.
멸치는 작은 물고기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크기도 아주 자잘한 잔멸치이거나 커도 새끼손가락 길이 정도다. 잔멸치는 볶아서 반찬을 하고 굵은 건 국물을 내거나 그대로 술안주거리가 된다. 어디에서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른멸치를 크기별로 구분해 놓은 표가 있었다. 1.5cm짜리를 ‘세멸’, 3cm까지를 ‘자멸’, 5cm급을 ‘소멸’, 8cm까지면 ‘중멸’, 8cm 이상이면 ‘대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소멸까지는 볶아먹는 반찬용이고 중멸 이상은 안주용이거나 국물내기용이라고 했다. 칼슘 보충에 최고라서 어린이는 물론 영양 밸런스가 깨지기 쉬운 현대인에게 멸치는 중요한 식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내에서 멸치를 미끼로 쓰기 어려운 이유
멸치의 다음 용도는 낚시다. 멸치는 인간만이 아니라 물고기에게도 중요한 먹이이고 꾼들도 미끼로서의 절대적인 가치는 다 인정하고 있다. 어떤 어종을 상대하는지를 불문하고 말이다. 멸치 떼가 들어와 있는 해역에서는 육식성 어종이 거의 모두 멸치만을 잡아먹어서 다른 미끼가 듣지 않는 경우도 많다. 루어낚시의 경우라면 멸치처럼 생기지 않은 루어로는 입질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낚시 현장에서 멸치를 미끼로 자주 사용하는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국내에서 미끼용 활멸치는 본 적도 없고 냉동멸치도 어쩌다 한두 번 본 정도다. 아니, 멸치를 미끼로 사용하려고 구입하려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갯지렁이나 새우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크릴을 사용한다면 모를까 생멸치를 통째로 바늘에 꿰어 낚시를 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실제로 농어, 광어, 우럭 등은 물론 부시리, 방어 등등의 어종에 있어서도 멸치 떼가 들어와 있는 해역이라면 멸치를 사용하는 것이 입질 받을 확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건만…. 고정관념일까? 아니면 다양성이 부족한 건가? 미꾸라지나 새우를 바늘에 꿰거나 크릴을 달아 낚시를 한다.
이와 같이 미끼로 생멸치를 준비해 가는 일은 당연할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아니다. 남해안 극히 일부지역에서만 생멸치를 미끼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아마도 멸치가 흔한 것 같아도 막상 시중에서 생멸치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다. 봄 멸치는 모두 액젓용으로 소모된다. 그 외의 멸치는 어획되는 선상에서 대부분이 즉석 가공되어 마른멸치로 재탄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생물멸치를 구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유통이 안 되고 있다. 산지에 가야 화려한 멸치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까? 미끼용 생물도 현지에 가야 만나볼 수 있다는 말이다.
낚시점에 가끔 일본에서 수입한 냉동 생미끼가 있기도 한데 멸치라고 팔리는 걸 보면 실제 멸치가 아닌 샛줄멸이란 다른 어종이다. 생미끼까지 수입해서 써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 멸치가 최고의 미끼인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상 예외인 것으로 해두기로 하겠다.
루어낚시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미터가 넘는 부시리가, 100kg이 달하는 참치가 손가락만한 멸치만 편식을 하면 멸치만한 작은 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대상어에 맞춘 중장비를 준비한 낚시꾼은 작고 가벼운 루어를 캐스팅하는데 상당한 고생을 하게 된다.

 

찬 바다엔 멸치, 따뜻한 바다엔 샛줄멸
멸치와 아주 비슷한 생김새에 낚시용 미끼로 흔히 쓰이는 물고기가 또 있다. 국내 낚시점에 수입되기도 했다는 바로 그 ‘샛줄멸(학명 Spratelloides gracilis)’이다. ‘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멸치와 동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멸치는 아니고 청어과에 속하는 어종으로 ‘멸치만 한’ 물고기다.
제주도 이남에서부터 폴리네시아를 거쳐 호주 북부 해안까지 서태평양과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인도양 전체의 아열대~열대 바다에 널리 퍼져 분포한다. 바다 건너 일본에만 가도 아주 흔한 물고기로 음식점에서도 마트에서도 또한 낚시점에서도 샛줄멸의 일본이름인 ‘기비나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일반인에게도 무척 익숙해서 초소형 생선으로 마트 선어 코너에 가면 언제나 이 샛줄멸 생물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봄철에 맛있다고 해서 그 작은 몸통을 발려서 회로도 먹고 튀겨도 먹고 초절임을 해서도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정도는 돼야 만나볼 수 있지만, 시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생선이 아니다. 이름조차 생소하다고나 할까? 방파제 앞으로 몰려다니는 샛줄멸 떼를 목격할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잡지도 않고 먹지고 않는 관심 밖의 물고기인 것 같다.
샛줄멸은 멸치와 마찬가지로 해양 먹이사슬에서 아래층에 위치하는 주로 먹이가 되는 처지로, 당연하지만 다 자라도 10cm 전후에 아주 작고 가늘다. 특징이라고 한다면 몸통에 폭 넓은 반짝이는 은색 띠가 둘러져 있는데, 딱 이렇게 생긴 메탈지그나 펜슬베이트를 흔히 볼 수 있다. 샛줄멸을 흉내 낸 루어가 많다는 사실은 낚시용 미끼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멸치가 주로 찬 바다에 있다고 한다면 더운 바다에는 이 샛줄멸이 있다. 그래서 가다랑어, 참치 등 아열대~열대 바다의 주요 어종의 낚시 미끼에는 십중팔구 샛줄멸을 사용한다. 바늘에도 꿰지만 집어를 위해 작은 뜰채로 바다에 흩뿌리는 게 바로 이 샛줄멸이다. 멸치나 샛줄멸을 미끼로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낚으려는 대상어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머리꿰기나 몸통꿰기를 한다. 바늘을 눈에 통과시키고 나서 몸통에 꿰기도 한다. 두 바늘 채비를 사용할 때는 어미바늘을 머리에, 새끼바늘을 몸통에 꿴다. 그밖에 일본에서는 갈치낚시나 광어낚시에 지그헤드처럼 생긴 텐야 바늘에 샛줄멸 한 마리를 철사로 묶어 고정시켜서 사용하기도 한다.

 

멸치인 듯 아닌 물고기, 까나리  
한 가지 더, 멸치와 비슷한 듯 아닌 듯한 어종으로 ‘까나리(학명 Ammodytes personatus)’가 있다. 크기나 용도로 보자면 멸치와 별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그 핏줄이 완전히 다른 생선이다. 연근해 먹이사슬에서 멸치나 샛줄멸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먹이’가 되는 소형 어류임에는 틀림없지만, 역시 우리나라에서 생미끼로 사용하는 예는 없는 것 같다. 까나리는 대중적으로 그 유명한 까나리액젓의 재료로 알려져 있다. 서해 백령도 근해가 주산지이다.
까나리는 북반구에서도 한대지방에서 온대지방의 바다에만 서식하는 어종이라고 한다. 멸치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회유를 하는 것과 달리 까나리는 무리를 짓기는 하지만 그렇게 멀리 회유를 하지는 않고 일정한 해역에 머물러서 지역별 고유의 계통군을 이룬다고 한다. 그러니까 백령도 해역 까나리 어군과 다른 해역의 어군은 같은 까나리가 멀리 이동한 것이 아니고 지역마다 고유의 다른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까나리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낮에는 떼를 지어 돌아다니지만 밤에는 모래바닥을 파고 들어가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까나리 어업도 해가 떠 있는 낮에만 한다. 더욱이 차가운 북쪽 바다가 아닌 수온이 높은 지역에 사는 까나리는 여름철이 되어 수온이 높아지면 모래 속으로 들어가 아예 여름잠을 잔다고도 알려져 있다. 까나리의 적정 수온은 17℃이하다.

 

멸치에 낚싯바늘을 꿰는 방법.

멸치에 낚싯바늘 꿰는 여러 가지 방법.

 

양미리는 동해산 까나리
까나리에 대한 참고지식을 하나 더 말하자면, 서해가 주요 생산지(액젓용 까나리)라고 말했지만 실은 동해에서도 많이 난다. 강원도 사투리로 ‘양미리’라고 부르는 20cm가 넘는 이 튼실한 크기의 생선이 바로 다 자란 까나리다. 둘 다 똑같은 까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지도 모르겠다. 까나리는 멀리 돌아다니지 않고 한 지역에 머물러 고유의 계통을 이룬다고 했으니, 까나리액젓용으로 쓰이는 서쪽의 까나리가 새끼손가락 크기인 것과 늦가을 구이용으로 쓰는 동해의 큼직한 양미리는 같은 까나리라도 유전형질이 서로 다른 건지도 모르겠다. 동해에서 잡히는 이 초대형 까나리, 양미리가 이렇게 크게 성장하는 이유는 서해의 까나리가 동해의 까나리와 서로 교잡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하는데, 역시 혼혈이 되면 우수한 형질이 발현된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어떻든 동해의 양미리 크기쯤 되면 절대 멸치와 친구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일반 멸치의 세 배 가격의 죽방멸치
일전에 지인이 마른멸치를 가져다 줬다. 선물이라기보다는 먹을 사람이 없다고 던져놓고 간 거다. 자세히 보았더니 죽방멸치였다. 죽방멸치는 죽방렴(竹防簾)으로 어획한 멸치를 따로 부르는 말인데, 마른멸치 중에서 가장 값비싼 고급제품이다.
유속이 빠른 수로에 V자 모양으로 대나무 발을 치고 그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획방법으로 경남 남해군의 지족해협에 설치한 죽방렴이 지방명승으로 지정된 것을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났다. 여기에서 잡은 멸치는 상처도 없고 바로 삶아서 말리기 때문에 멸치의 모양과 맛이 최고 상태를 유지한다. 생산비에 인건비도 많이 들어갈 것 같다. 명승 제71호인 경남 남해군 죽방렴은 남해군청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마른멸치 시세가 중멸 상품 1kg에 2만원 정도하는 것 같던데 이 죽방멸치는 1kg에 6만원이 넘는다. 3배 가격이 아닌가? 멸치도 생선이냐 놀리더니 이렇게 비싼 멸치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흔하지만 어떤 의미로 흔하지 않은 멸치와 그의 친구인 샛줄멸과 까나리. 미끼로 사용하기에 아주 좋지만 우리에겐 현실적이지 않은 면이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멸치(앤초비)와 샛줄멸(기비나고)을 식용이 아닌 낚시미끼용으로 따로 가공해서 냉동제품으로 유통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도 멸치나 까나리를 미끼용으로 유통시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일개 낚시꾼이 알 수 없는 깊은 이유가 있겠구나 싶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있는 멸치를 단순히 낚시용 미끼로 사용한다는 건 아주 효율적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