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 제품 기획부터 설계까지 전문낚시인이 루어의 형태와 내부공간 설계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휴대폰·비행기 설계하는 초정밀 프로그래밍 사용
루어 제작의 첫 단계는 제품 기획부터 내부 설계까지다. 루어의 샘플을 제작하는 이 과정이 루어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①기획 - 제품의 시즌 패턴 결정
전문낚시인이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당 시즌에 필요한 루어가 어떤 것인지 고민한 후 시즌에 맞는 패턴을 찾아 그에 맞는 제품을 기획해낸다. 유행이나 시장성도 고려한다. 기존의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새로운 형태의 루어가 탄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은 디아웃도어 프로스탭을 비롯한 프로낚시인들에게서 받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자들의 회의를 거쳐 진행된다. 배스용 루어라면 해당시즌의 배스의 활성과 포지션, 해당지역의 주요 베이트피시 종류가 루어 형태 결정에 반영된다.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 구상을 마치면 구체적인 형태를 결정한다. 크기, 잠행수심, 액션의 종류를 결정한 후 미노우의 형태로 만들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바이브레이션 혹은 전혀 새로운 형태로 만들 것인지를 결정한다.
배스는 시기에 따라 먹이를 흡입하는 강도나 공격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배스에 대한 연구는 물론 우리나라의 베이트피시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외국에서 잘 먹히는 루어 중 국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한 제품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외국과 우리나라가 시즌이나 패턴이 들어맞지 않고 베이트피시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 석상민(디아웃도어 프로스탭)씨가 기획을 마친 제품을 스케치하고 모형을 만들고 있다.
②제품 스케치
제품 기획을 마치면 머릿속으로 구상한 제품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디아웃도어에서 이 과정은 석상민(디아웃도어 프로스탭, 성남 코마 대표)씨가 맡고 있다.
먼저 기획 단계에서 구상한 제품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린 후 의도하는 액션이 나오도록 스케치를 수정해나간다. 이 과정은 반드시 루어전문가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 이유는 루어의 작동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형태를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멋지게, 예쁘게 그려서는 원하는 액션을 만들어낼 수 없다. 루어는 크기, 형태, 무게 등에 따라 유영속도, 액션, 잠행수심 등이 달라지므로 모양에 따라 어떤 액션이 나올지 예측이 가능해야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그래서 제작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 스케치 초안(좌)과 컴퓨터 설계 후 수정한 도안(가운데).
③모형 만들기
스케치를 마친 후엔 나무로 모형을 만든다. 평면에 그린 스케치를 입체화하는 과정으로 역시 루어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먼저 나무에 원하는 형태의 루어를 그려 넣은 후 형태를 따라 잘라낸다. 그 다음 사포로 몸통의 형태를 잡아가는데, 이때 처음 기획한 모양을 최대한 살리고 원하는 액션이 나올 수 있도록 틀을 잡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예전에 판매하던 나무로 만든 수제루어의 경우 이 단계에서 납추와 바늘을 달고 도장한 후 판매하기도 했다.
원하는 형태의 외형이 갖춰지면 바늘과 눈, 립의 위치를 잡고 무늬가 들어갈 자리를 잡은 후 컴퓨터 설계에 들어간다.
▲ 스케치 후 나무를 깎아 모형을 만드는 과정. 모형의 완성도가 높아야 더 정확한 설계가 이뤄진다.
▲ 나무를 갂아 만든 모형.
④컴퓨터 설계
모형이 완성되면 버니어캘리퍼스로 모형의 길이, 둘레 등을 측정해 그 값을 컴퓨터에 입력한 후 3D 설계를 시작한다. 디아웃도어는 더 정밀한 설계를 하기 위해 일반 도면설계에 사용하는 프로그램 외에 자동차, 비행기, 휴대폰 설계에 사용하는 고급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가격만 3천만원에 달한다.
컴퓨터 설계는 손으로 깎은 모형에서 얻은 수치를 컴퓨터에 입력한 후 설계 과정에서 오차를 수정해 1mm의 차이도 나지 않는 도면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루어 제작자가 구상한 제품을 100%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로그래머가 루어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설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제작자가 실현 불가능한 설계를 한 경우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루어 제작자와 컴퓨터 프로그래머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간단한 제품이라면 일주일, 복잡한 구조를 가진 제품이라면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 컴퓨터 설계를 하기 위해 버니어캘리퍼스로 모형의 길이를 재고 있다.
▲ 컴퓨터 설계는 프로그래머와 의견을 나누며 진행된다.
⑤샘플 제작
컴퓨터 설계가 끝나면 CNC(컴퓨터 수치제어) 기계에 설계한 프로그램을 입력해 1차 샘플을 제작한다. 샘플은 기획 단계에서 구상한 제품이 실제로 얼마만큼 완벽하게 구현되었는지 확인한다. 만약 원하는 모양이 아니거나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설계 단계에서 수정을 거쳐 다시 샘플을 뽑는 과정을 반복한다. 샘플 한 개를 뽑는데 보통 5시간 정도 걸리며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가기 전에 수차례 수정을 거친다.
▲ 컴퓨터로 설계를 마치면 CNC 가공 기계에 프로그램을 입력해 샘플을 제작한다.
▲ CNC 기계가 플라스틱(ABS 레진수지)을 깎고 있다. 샘플 하나를 뽑는 데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 CNC 기계로 뽑아낸 샘플들.
⑥내부 설계
외형이 완성되면 내부 설계에 들어간다. 내부 설계는 무게중심, 래틀의 위치 등에 따라 비거리, 워블링, 위글링, 잠행수심 등이 결정되므로 아주 정밀하게 이뤄진다. 컴퓨터 설계로 출력한 도안에 부속품을 삽입할 위치를 정확하게 잡은 후 원하는 액션이 구현가능한지 검토해서 설계에 들어간다. 루어 제작의 비밀은 대부분 내부 설계에 숨어 있다. 정확한 노하우는 루어 제작자만이 알고 있으며 그 노하우들이 축적되어 루어제작업체의 재산이 된다.
내부 설계를 마치면 외형 설계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설계를 한 후 CNC로 제작한다. 내부 설계까지 마친 샘플이 나오면 구상했던 부품들을 넣은 후 조립해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수정작업을 거친다.
이렇게 외부, 내부 설계가 끝나면 테스트를 시작한다.
▲ 컴퓨터로 내부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루어 성능 110% 만끽하려면?
루어 제작자의 ‘제작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우리나라의 루어낚시 역사가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외국에 비해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낚시인들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루어가 어떤 의도로 제작된 것인지 모르고 쓴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가 낚시인들의 탓은 아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루어가 대부분 수입품이며 그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의 보급이 국내에는 미비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웨어란 루어를 사용하는 노하우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루어제작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면 제작자가 직접 나서거나 해당 업체의 필드테스트들을 동원해 그 제품의 사용 노하우를 잡지나 인터넷에 공개하는 데 힘쓴다. 기본적으로 ‘왜 만들어졌는가’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응용법을 꾸준히 공개함으로써 사용자가 제품에 대해 더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루어낚시인들 역시 조과 위주의 낚시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의도대로 대상어를 낚아내는 묘미에 빠져 낚시를 즐기기 때문에 제작자가 공개하는 루어의 작동원리에 귀를 기울이고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한다. 또 그런 식으로 루어를 활용해 나가며 낚시인들은 새로운 패턴을 개발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루어 제작자의 제작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이런 과정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의 전문 루어낚시인들이 외국자료를 번역한 후 현장에서 직접 테스트해보고 그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을 전파하고 있다. 루어제작업체 역시 모조품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탈피해 이제는 일본과 미국에 견줄만한 시설을 갖추고 완성도 높은 루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특집기사를 위해 방문한 디아웃도어는 일본을 뛰어넘어 루어의 본고장인 미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루어개발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전문 루어낚시인과 컴퓨터설계 프로그래머를 섭외했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수억 원을 투자해 각종 루어 테스트기를 설비해 일본, 미국 루어와 경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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