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펌글:연재 조홍식의 물고기力(마지막 회) 식성 탐구 파래 먹던 벵에돔이 크릴을 탐하는 이유는?

USS DELTA VECTOR 2025. 4. 14. 10:45

연재 조홍식의 물고기力(마지막 회) 식성 탐구 파래 먹던 벵에돔이 크릴을 탐하는 이유는?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성게를 탐한 돌돔.

감성돔의 이빨

 

낚시를 가서 좋은 조과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 중 최고는 무엇일까? 낚시를 잘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다양하겠지만, 낚고자 계획하고 있는 대상어가 무얼 먹고 사는가를 미리 알아두는 일이야 말로 성공적인 조과를 거두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는 미끼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자 궁극적인 정보다. 먹고 있는 것이 아닌 엉뚱한 미끼를 들이밀면 입질을 받기 어려운 건 당연지사,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잘 낚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물고기의 식성을 잘 알고 있으면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타고난 식성을 평생 유지하면 살아가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개중에는 식성이 변하는 물고기도 있다. 식성은 성장하면서 달라지기도 하고 처해있는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도 한다. 심지어 인간이 자연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미끼를 사용해 강제로 물고기의 식성을 바꾸기도 한다. 물고기의 식성을 인위적으로 바꿔 인간이 제공하는 별미에만 입질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말이다.
물고기의 식성에 대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낚시인이라면 못 낚을 물고기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낚시 실력은 미끼 선택으로 우열이 갈리기도 하니까 얕고 넓은 지식이 필요한 순간이다.

 

물고기의 주요 먹잇감
수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식물성 플랑크톤(규조) → 동물성 플랑크톤(곤쟁이) → 소형 어류(치어포함) → 대형 어류
이렇게 4단계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수많은 먹이사슬이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서 그림으로 그리면 그물망처럼 복잡한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플랑크톤과 어류와의 사이에 갯지렁이와 같은 다모류나 새우, 게와 같은 갑각류, 또는 조개, 소라와 같은 폐류 등 소동물의 단계가 들어가기도 한다. 먹이사슬은 아무리 단순하게 말하더라도 6단계 쯤 된다고 보는 게 옳다.
미끼 선택의 기준은 이러한 4~6단계의 먹이사슬에서 아래 단계 즉, 먹히는 쪽을 바늘에 꿰어 위 단계를 낚는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먹이사슬 도식이 성립되지 않는 예외가 있어서 대상어종의 식성 파악이 중요하다.

 

①플랑크톤 식성 물고기
플랑크톤(Plankton)은 수면과 수중을 떠다니는 부유생물로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나뉜다. 식물성 플랑크톤에는 규조(珪藻)류, 남조(藍藻)류, 녹조(綠藻)류 등에 속하는 것이 많고, 동물성 플랑크톤에는 물벼룩류, 윤충류, 곤쟁이, 야광충, 갯지렁이의 유생, 소형 새우와 게(유생 포함), 폐류의 유생 등등이 있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치어 시기에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지만, 일생을 통해 플랑크톤을 먹는 어종도 있다. 민물도 바다도 소형 물고기가 대부분이지만, 고래상어 같은 초대형 어류 중에도 플랑크톤만 먹고 사는 종류가 있다.
민물고기_떡붕어, 백련어, 대두어, 빙어 등
바닷고기_멸치, 전어, 학공치, 꽁치, 청어, 고래상어 등

 

②초식성 물고기
규조, 남조, 녹조와 같은 조류나 수초 등을 주식으로 하는 물고기들이다.
은어는 치어 시기에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지만 강을 거슬러 올라와 성어가 되면 강바닥 돌에 부착되어 있는 규조나 남조를 주식으로 한다.
초어는 각종 수초와 물가에 나는 갈대나 줄풀의 싹은 물론 육상식물도 잘 먹는다. 바다의 초식성 물고기는 갯바위에 붙어있는 해조를 주식으로 하는 물고기로 벵에돔이 대표적인데, 크릴이나 새우를 미끼로 사용해도 잘 낚이므로 완전한 초식성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민물고기_은어, 초어 등
바닷고기_벵에돔, 독가시치, 황줄깜정이 등

 

③육식성 물고기
육식성 물고기는 다시 세 가지로 세분한다. 주로 벌레를 먹으면 식충성, 작은 물고기를 주요 먹이로 삼아 잡아먹으면 어식성, 바닥에 사는 수생동물을 주로 먹으면 저서동물포식성이라 분류한다.
먼저, 식충성 물고기는 거의 민물고기다. 꼬내기라 부르는 강도래, 날도래, 하루살이, 잠자리 등의 유충을 즐겨 먹는다. 물론 성충도 수면에 떨어지면 잡아먹는다. 산천어, 열목어, 무지개송어, 갈겨니, 모래무지, 누치 등이 있다.
어식성 물고기는 흔히 알려진 사나운 물고기들로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를 포식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자신과 동족의 치어까지 잡아먹는 일도 있다.
민물고기_쏘가리, 끄리, 메기, 라지마우스배스, 가물치 등
바닷고기_다랑어, 고등어, 전갱이, 방어, 부시리, 갯장어, 넙치, 아귀, 상어 등

저서동물포식성 물고기는 바닥에 사는 갑각류, 연체동물, 환형동물 등을 주로 잡아먹는 물고기를 말한다. 민물에는 그 종류가 적지만, 바다에는 해저를 의지해 사는 어종 대부분이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민물고기_뱀장어, 둑중개, 동사리 등
바닷고기_참돔, 돌돔, 조기, 쏨뱅이, 보리멸, 농어, 성대, 쥐노래미, 쥐치, 능성어, 가자미 등

 

④잡식성 물고기
동물성, 식물성 가리지 않고 뭐든 다 먹는 물고기를 말한다. 민물고기는 모두 잉어목에 속하는 종류로 저서동물(곤충유충, 지렁이류, 폐류) 외에 각종 조류나 수초도 먹는다. 바닷물고기로는 감성돔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미끼를 봐도 알 수 있듯 먹이를 가리지 않는다.
민물고기_잉어, 붕어, 납자루, 버들치, 피라미, 잉어, 미꾸라지 등
바닷고기_감성돔, 숭어, 아홉동가리, 범돔, 용치놀래기 등

떡붕어와 글루텐 떡밥

벵에돔과 벵에돔용 크릴새우. 파래새우처럼 보이게 염색을 했다.

부시리와 주 먹이인 멸치.

잉어와 옥수수콘. 옥수수콘을 많이 뿌린 저수지에선 옥수수 미끼에 잉어가 잘 낚인다.

어식성 물고기인 쏘가리. 피라미를 사냥한다.

식충성 물고기인 산천어와 꼬내기라고 불리는 수생곤충들.

 

 

물고기는 식성이 바뀐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반적인 식성을 구분했지만, 대자연은 역시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서 식성이 딱 이렇다고 정해진 종류는 아주 드물다. 물고기의 식성이 변하는 경우도 많다.

 

①성장 단계에 의한 식성변화
대부분의 물고기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대부분 플랑크톤을 먹는다. 그러나 성장함에 따라 고유의 식성을 갖게 된다.
참돔은 어려서는 각종 소형 갑각류나 갯지렁이를 주식으로 하지만, 다 자라면 갑각류 중에서도 특히 새우를 좋아하게 되고 작은 물고기나 오징어도 잡아먹는 식성이 된다. 참돔 미끼로 새우나 오징어가 최고이고 이들과 비슷한 타이라바나 참돔지그 같은 루어가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갱이는 20cm 정도로 자랄 때까지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지만 그보다 커지면 멸치 같은 소형 물고기를 좋아하게 되고 동족인 치어마저도 포식한다.
은어 역시 성장 단계에 따라 식성이 바뀌는 물고기다. 가을철 강의 하류에서 태어난 새끼는 곧바로 바다로 들어가 연안 가까이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성장한다. 다음해 봄, 무리를 지어 강을 올라갈 때에는 전장 5~8cm의 치어로 자라고 잡식성이 되어 곤충류나 부착조류를 먹지만, 성어가 되면 규조와 같은 돌에 부착된 조류를 주식으로 한다. 즉, 은어는 성장함에 따라 ‘플랑크톤식성→잡식성→초식성’으로 식성이 변하는 대표적인 물고기이다.

 

②계절에 따른 식성변화
계절이 뚜렷해 수온변화가 심한 경우,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물고기는 원하는 먹이를 얻을 수 없으므로 생존을 위해 식성을 바꿔서라도 살아남는다.
갯바위낚시에서 친숙한 벵에돔, 독가시치, 황줄깜정이는 겨울철에 파래와 같은 해조를 즐겨 먹는다. 그러나 이들 해조가 시들어버리는 여름철에는 갯지렁이, 새우, 게 등의 소형 갑각류도 포식한다.
고등어는 원래 멸치와 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어식성의 물고기이지만, 멸치가 줄어드는 겨울철부터 봄철에 걸쳐서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식물성 플랑크톤을 주로 먹는 떡붕어는 수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기 때문인지 지렁이나 곤충의 유충을 먹는다.

 

③경쟁에 따른 식성변화
수중 생태계에서 강한 물고기와 약한 물고기가 있기 마련이다. 언뜻 강한 쪽이 생존력도 강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한 장소에 강자와 약자가 있어 먹이 다툼이 벌어지면 약자 쪽의 식성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겉보기에 약하다고 생각되는 물고기 쪽의 식성이 전환되는 것은 오히려 실제 생존력은 강함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식성의 폭이 넓은 물고기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서 적응을 잘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방어와 고등어가 동일한 장소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 먹이에 대해 방어가 항상 우위에 있음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방어는 1년 내내 좋아하는 먹이인 멸치를 먹을 수 있지만, 고등어는 멸치가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할 수 없이 곤쟁이를 주식으로 하게 된다. 계절의 변화에 의한 식성의 변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고등어가 방어와 먹이경쟁을 하지 않고 생존하는 전략으로 식성을 바꾼 것이다.
잡식성인 황어와 피라미는 강바닥의 부착조류를 좋아하지만, 같은 장소에 은어가 있으면 부착조류가 있더라도 그것을 먹지 않고 육상곤충을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
밀어나 기름종개는 수생곤충을 주식으로 하는 물고기이지만, 같은 장소에 역시 식충성이 강한 모래무지가 많으면 강바닥의 부착조류를 먹이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이 강제로 바꿔버린 식성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특정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것이 있다. 그 대부분은 인간을 통해 인위적으로 사용되어 물고기가 자기도 모르게 식성을 바꿔버리게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므로 자연의 섭리도 바꿀 수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미끼로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갯바위 찌낚시와 흘림낚시의 대표적인 미끼인 크릴, 떡붕어낚시에 사용하는 떡밥(글루텐, 감자 등), 일본에서 쥐치낚시에 특효라고 말하는 바지락 살 등이 있다.
감성돔과 벵에돔을 주로 노리는 갯바위 찌낚시, 부시리를 노리는 흘림낚시에서는 대량의 크릴을 계속 사용함에 따라 다른 미끼에는 낚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간이 물고기의 식성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킨 가장 강력한 예라고 말할 수 있다.
감성돔은 잡식성으로 새우, 갯지렁이는 물론, 번데기와 수박으로도 낚이지만 크릴로 식성을 고정시키고 낚시를 한다. 벵에돔도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래 파래를 먹는 초식성이지만 여름철 파래가 없어지면 새우도 먹는 등 식성이 바뀐다. 감성돔과 마찬가지로 크릴로 식성이 고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부시리는 작은 물고기를 추적해 잡아먹지만 대량으로 투입된 밑밥에 홀려 뱃속에 크릴만 가득 차 있을 때도 있다. 떡붕어낚시의 경우에도 원래 플랑크톤을 먹는 떡붕어의 식성을, 인위적으로 곡물, 감자, 우동을 좋아하도록 전환시켜 낚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낚시이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인기 최고인 쥐치낚시도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쥐치의 특효 미끼로 사용하는 것은 깐 바지락 살이다. 바지락은 알다시피 해변 간조대에 사는 조개여서 쥐치의 서식처인 외해의 암초지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생물이다. 그런데 자연 상태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바지락 살이 쥐치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간에 의해 전용 미끼가 되어 버렸다. 일본의 도쿄만(灣)에서는 바지락 살을 미끼로 사용하게 된 이후 다른 미끼에는 쥐치가 입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실은 매일 낚시인이 준 바지락에 의해 쥐치가 길들여져 식성이 전환된 실례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