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 털바늘낚시 고수, 사와도 카나메 회장 방한 경주 대종천에서 다진 韓日 은어낚시인들의 우정
ㅣ글 사진 한용범 포항·대종천은어낚시회 고문ㅣ
지난 7월 1일 『일본 은어 털바늘낚시 단체협의회』 사와도 카나메 회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사와도 회장은 한국의 은어를 만나기 위해 왔다. 1박2일 동안 사와도씨는 한국의 은어낚시인들과 함께 은어를 낚으면서 한일 양국 은어 털바늘낚시에 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다. 사와도 회장과 나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여름, ‘영덕 어촌 민속전시관 증축공사’의 일환으로 필자가 『은어 역사 자료관』 개설에 필요한 자료의 입수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옛날 우리나라 은어낚시장비의 절대량 부족으로 난관에 봉착했을 때, 사와도 회장은 일본 낚시잡지 『츠리비토つり人』의 전 발행인 오구치(小口修平) 회장과 동경의 재일한국인 박진호씨를 통해 털바늘낚시 장비 일체를 흔쾌히 한국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필자가 직접 동경으로 날아간 적이 있었다.
▲ 대종천 최고의 은어낚시 포인트인 첫 번째 보 아래. 1.5m 정도의 수심에서 편한 낚시를 할 수 있다.
사와도 회장이 경영하는 동경 시부야의 (주)마구나(자석제품 생산업체) 본사를 방문했을 때, 회장은 자식뻘인 필자를 정중하게 맞아주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 젊은 사람이 일본에도 없는 『은어 역사 자료관』을 혼자서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이 기특하고 존경스럽소.”
사와도 회장은 털바늘낚시 45년 동안 모았던 각종 낚시 장비와 털바늘 수백 개를 기증해주었다. 그리고 45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집대성한 『은어 털바늘 낚시大全』도 함께 주었다. 『은어 털바늘 낚시大全』은 일본에서 털바늘낚시인들 사이에 필독서로 읽히고 있는 책이다.
▲ 사와도 회장이 털바늘에 걸려든 은어를 뜰망에 담고 있다.
▲ 털바늘에 걸려든 18cm 대종천 은어. ▲ 사와도 회장이 대종천에서 낚은 은어.
3년만의 재회
잠시 3년 전 동경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공항 출국장의 자동문이 열리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사와도 회장이 먼저 필자를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얼른 달려가 두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니 “방한을 앞둔 어젯밤, 한국의 털바늘낚시를 생각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오. 빨리 경주 대종천으로 가고 싶소”하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백년의 은어낚시 경험을 가진 노조사도 낚시할 꿈에 부풀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니….
이번 방문에 사와도 회장은 부인과 따님을 동행했다. 곧바로 김해공항을 빠져나와 경주를 향해 달렸다. 차 안에서 사와도 회장은 “한국에는 아직도 백퍼센트 바다에서 소상하는 자연산 은어가 있다고 하는데 정말인가? 씨알은 어떤가? 하루에 평균 몇 마리의 조과를 올리는가? 한국의 털바늘낚시 인구는 몇 명이나 되는가?” 무수한 질문을 쏟아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이르자 부인과 따님은 잘 다듬어진 경관과 시설에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예약한 H호텔에 여장을 푼 뒤 사와도 회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대종천으로 갈 것을 재촉한다.
▲ 사와도 회장은 은어의 경계심을 최소화하기 위해 12m짜리의 긴 은어낚싯대를 사용했다.
“일본 은어에게선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손맛”
굽이굽이 지방도로를 30분간 달려 드디어 대종천에 도착했다. 필자가 속한 『대종천 은어낚시회』의 회원들이 사와도 회장 일행을 반기기 위해 현장에 나와 있었다. 낚시 준비를 마친 사와도씨는 둑 위에 서서 유심히 포인트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상류의 한 지점을 가리키면서 “저곳이 가장 좋은 포인트 같다. 수심이 깊고 바위가 모여 있어 대형 은어가 낚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우리 회원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역시 45년 경력의 베테랑답게 정확하게 포인트를 짚어냈다.
장비를 챙겨 물에 들어간 사와도 회장은 천천히 지지대를 꽂고 살림망을 설치한 다음, 12미터의 털바늘 전용 낚싯대를 펼치자마자 은어를 걸었다. 입질을 받자 천천히 여유 있게 낚싯대의 마디를 접는다. 이윽고 뜰채에 담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은어는 약 15cm. 한국 원정의 첫 은어를 낚은 사와도 회장은 “대종천 은어는 바다에서 소상해서 그런지 털바늘을 물고 대단히 강력하게 당긴다. 일본 하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손맛”이라며 감탄했다.
이후 사와도 회장의 뜰채에는 은어가 계속해서 담겼고 이를 지켜보던 필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다. 맞은편 둑에 서서 낚싯대를 편 사와도 회장의 영애 노리코씨는 털바늘낚시 입문 2년차의 새내기. 노리코씨는 몇 번인가 입질을 받았지만 번번이 헛챔질이다. 약 10여 분이 흘렀을까? 드디어 노리코씨도 허리에 찼던 뜰망에 은어를 담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을 반겨준 이국의 은어가 신기한지 바동거리는 은어를 보고 즐거워했다. 여자 은어 낚시인이 드문 우리나라에서 노리코씨의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이날 사와도 회장은 대종천 은어낚시회 회원 전원에게 자신의 별명 ‘흑발’이라는 이름이 붙은 털바늘 한 봉지씩을 선물로 주었다. 또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화려한 옻칠을 한 목제 케이스에 담긴 각종 털바늘 100여 개를 선물로 주었고 자신이 개발한 ‘동경식 철제 텐빈’도 주면서 테스트를 부탁했다.
▲ 대종천 첫 보 아래의 소에서 은어를 노리고 있는 노리코씨.
▲다양한 일본산 털바늘. 일조량, 수온, 수량에 따라 잘 반응하는 털바늘이 달라진다.
▲ 사와도 회장이 필자에게 선물한 털바늘. 바늘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다.
“한국의 천연은어 자원이 부럽다”
다음날 아침, 일기예보와 달리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필자는 사와도 회장의 부인과 따님에게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 양동마을을 보여주기 위해 관광가이드를 자청했고, 사와도 회장은 경주대학교 박병식 교수와 함께 대종천으로 향했다.
관광을 마치고 대종천으로 돌아왔을 때, 사와도 회장은 자신이 낚은 19.5cm 은어를 계측대 위에 올려놓고 흐뭇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대종천에서 낚이는 은어의 최대 크기는 약 22~23cm다. 사와도 회장은 “7월 초의 일본에선 방류한 은어는 최대 20센티, 천연은어는 18센티를 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틀간 사와도 회장의 대종천 털바늘낚시의 결과는 노리코씨가 낚은 은어를 포함해 약 70마리. 맛있고 귀한 천연은어이므로 일본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날 우리 회원들이 낚은 300여 마리의 은어도 흔쾌히 선물로 드렸다.
경주 대종천은?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에서 발원하여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감포읍 대본리 봉길해수욕장으로 흘러드는 총연장 18.3km의 1급수 하천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현지꾼들만 은어낚시를 즐기던 곳이었으나 영덕 오십천이나 울진 왕피천의 은어가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경주 대종천까지 은어낚시인들의 시선이 쏠리게 되었고, 의외로 잘 보존된 은어자원에 반한 낚시꾼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금년에도 인근의 양남, 하서천과 더불어 많은 은어가 낚이고 있다. 제일 하구에 있는 대왕횟집부터 첫 번째 보가 있는 1.2km 구간이 최고 포인트다.
▲ 사와도 회장 일행과 대종천은어낚시회 회원들의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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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 은어 털바늘낚시 단체협의회』 사와도 카나메 회장
“한국의 은어 자원과 한국산 털바늘의 우수성에 놀랐다”
ㅣ한용범 포항·대종천은어낚시회 고문ㅣ
사와도 카나메 (澤渡 要)
●1935년 나가노현 출생
●은어 털바늘낚시 경력 45년
●와세다대학 정경학부 정치학과 졸업
●일본 은어 털바늘낚시 단체협의회 회장
●(주)마구나 대표
우선 『일본 은어 털바늘낚시 단체협의회』에 관한 설명을 부탁한다.
“『일본 은어 털바늘낚시 단체협의회』의 산하에는 지역별로 10여 개의 단체가 결성되어 있다. 주요 업무로는 연 두세 차례의 회보 발간, 한두 차례의 낚시대회 개최, 총회 등을 주관한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대종천의 은어를 낚아보신 소감은?
“대종천은 바다에서 약 1km 상류에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고, 큰 바윗돌은 드물지만 자갈이 적당히 흩어져 있어 은어의 서식 조건이 비교적 양호하다. 특히 수질이 깨끗하고 맑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격류가 없어 여성이나 노인들도 낚시할 수 있는 우아한 여성적인 강이다. 해안 가까이에 있어 경관이 훌륭한 것은 일본의 가와즈가와(河津川)와 유사하다.”
일본과 한국의 털바늘낚시에 대한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일 큰 차이점은 낚싯대다. 일본에서는 10 내지 12미터의 털바늘 전용의 경질 낚싯대를 사용하는데 한국 낚시인들은 7미터 이하의 짧고 연질인 민물낚싯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긴 낚싯대는 은어의 경계심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인데 짧은 낚싯대를 사용하고도 큰 사이즈의 은어를 낚아내는 한국 낚시인들의 테크닉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연질의 낚싯대는 작은 사이즈의 은어만 연속으로 입질할 경우가 많고, 대형 은어는 털바늘을 물고 일시 정지하는 습관을 보이는데 이럴 경우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경질의 낚싯대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털바늘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데 비해 제게 선물한 털바늘 100여 개는 색깔과 형태가 모두 달랐다. 일본에서 만드는 털바늘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일본의 털바늘 종류는 대략 2천 가지에서 3천 가지다. 이번에 제가 지참했던 털바늘은 150종류로 각 2개씩 300개 정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5종류만 대종천에서 사용해보았다. 하천의 일조량, 수온, 은어의 크기, 시간대 등에 따라 은어가 활발한 반응을 보이는 털바늘을 찾는 것도 낚시 테크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대종천 은어낚시회 회원들에게 선물한 ‘흑발’ 털바늘은 시간대에 구애됨이 없이 꾸준한 조과를 보장한다. 최근의 일본에서는 『오카바야시(岡林) 4호』와 『야츠하시고단마키(八橋五段卷き)』의 바늘이 대유행인데 은어가 다른 바늘은 물지 않아도 이 바늘만은 틀림없이 반응을 보인다고 하여 ‘마법의 털바늘’이라고 불린다.”
오랫동안 품어온 궁금증인데, 한국에서는 털바늘의 머리를 순금이나 철제에 도금을 한 것을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플라스틱 혹은 옻나무의 진을 사용해 머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가?
“개인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도금 처리한 철제 머리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철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털바늘을 빨리 가라앉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년에 보내준 한국 강릉의 이상원 옹이 만든 털바늘을 일본의 가노가와에서 테스트해 보았는데 조과가 탁월했다. 털바늘을 감는 섬세한 손길은 일본 수준을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털바늘낚시인의 저변 확대와 보급이 한일 양국의 공통된 관심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은어 털바늘낚시에 관한 방법론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끝이 없는 미로와 같아서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것이 은어 털바늘낚시의 세계이다. 그러나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은어 털바늘낚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한국식의 짧은 장대와 간단한 채비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이번에 저는 대종천 원정을 통해 한국 털바늘낚시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다. 동경으로 돌아가면 한일 은어 털바늘낚시인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주의 대종천은 ‘한국 털바늘낚시의 메카’다. 수질오염 방지와 풍부한 수량 확보에 가일층 노력을 기울인다면 대종천은 멋진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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