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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은어 놀림낚시 현장 타이완 은어낚시인들 덕천강 은어에 반하다

USS DELTA VECTOR 2024. 8. 25. 09:34

은어 놀림낚시 현장 타이완 은어낚시인들 덕천강 은어에 반하다 

 

 

 

한용범 포항  대종천 은어조우회 회장

 

 

지난 6월의 어느 날 일본의 은어낚시용품 제조회사인 마루토의 오타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만 사미지 유한공사 소속의 은어낚시인들이 한국 은어낚시 원정을 희망하고 있으니 안내를 좀 해달라”는 요지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강은 가뭄으로 수량이 빈약할 때였다. 대만 낚시인들의 방한을 만류하고 싶었지만 ‘한 마리를 낚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그들의 열정에  굴복하고 말았다. 한편으로 대만의 은어낚시 수준은 우리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일까? 그들이 구사하는 낚시기술은 어떤 것일까? 호기심도 일었다.

 

 

▲ “덕천강 은어 손맛 최고예요.” 대만 낚시인들의 한국 방문 기념촬영.
 

 

집중호우가 내린 7월 17일, 부산 김해공항 입국장에 나타난 7인의 대만 낚시인들은 2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으로서 최상급의 낚시장비를 휴대하고 있어 수준이 결코 범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약 2시간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은어낚시의 메카 경호강에 도착하니 전날 내린 200mm의 비로 황톳물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대만 낚시인들은 경호강의 웅장함과 천혜의 포인트 여건에 압도되어 연신 “대단하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번 원정기간 중의 경호강 은어낚시는 물이 불어 어려울 것이라는 필자의 설명을 듣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대만 은어보다 덕천강의 은어가 훨씬 힘이 세다”

 

산청에서 1박을 한 후 7월 18일 경호강 옆에 있는 덕천강으로 향했다. 덕천강과 경호강은 모두 진양호로 흘러드는 강이어서 진양호에서 소상한 육봉 은어들이 낚이고 있다. 덕천강은 경호강보다 규모가 작은 하천이라서 큰비가 와도 수량이 일찍 줄어든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덕천강 최하류에 위치한 진주시 수곡면 원외리. 폭이 좁은 중상류에 비해 이곳은 제법 강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높은 제방에서 바라본 덕천강은 그러나 생각보다 물이 많았고 물색도 탁한 상태였다. 그러나 다른 방도가 없지 않은가. 낚시복장으로 갈아입고 장비를 챙겨 낚시를 시작했다.
다행히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최연소자인 구장쯔(邱政輝)군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지고 있었다. 두 마리의 은어에 이끌려 허겁지겁 하류로 걸음을 내딛는 구장쯔군의 절규에 가까운 탄성이 덕천강 계곡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통통하게 살찐 25cm급 은어를 뜰채에 담은 구장쯔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훔쳐내고 있었다.
이어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로 낚싯대가 휘어지고, 처음 만나는 한국 은어의 강렬한 힘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일부 대만 낚시인은 채비가 끊어지고 공중받기를 하다가 은어를 떨어뜨리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원정대의 대장인 슈센서(徐友駿)씨는 “대만에서 30센티가 넘는 은어도 여러 번 낚아 보았지만 한국의 25센티급 은어가 훨씬 힘이 좋고 체고도 훌륭하다”며 필자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 원정 첫날의 조과는 1인당 20~25마리, 최대어는 26.5cm였다. 산청의 명물인 흑돼지 구이와 함께 이날 낚은 은어로 만든 소금구이와 은어회를 대만낚시인들은 맛있게 먹었다.

 

▲ 다른 곳보다 빨리 물색이 맑아지는 덕천강 하류에서 은어를 노리고 있는 대만 낚시인들.


 

▲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덕천강의 낚시가 어려워지자 잠시 사천천으로 옮겨 은어낚시를 즐겼다.

 

▲ 굵은 은어를 낚은 구장쯔씨가 만족스러운 듯 활짝 웃고 있다.

 

▲ 고운 자태를 뽐내는 덕천강 은어

 

둘째 날인 7월 19일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잠을 깼다. 7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우박 같은 빗방울이 강하게 때리고 있었다. 이 상황이라면 덕천강의 낚시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지만 기대에 부풀어 한국 은어낚시 원정에 나선 대만 은어낚시인들을 하루 종일 숙소에서 빈둥거리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약 1시간 30분 거리의 사천천으로 피난지를 결정했다.
사천천은 예상한 것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고즈넉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약 500m 남짓한 포인트의 작은 소하천이지만 이런 비상상황에서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며 낚시를 시작했다. 낚여 올라오는 은어의 크기는 약 20cm, 전날 덕천강에서 23~26cm급의 큰 은어로 진한 손맛을 보았던 대만 낚시인들에게 20cm급 은어 10여수씩은 족탈불급이었다.
일찍 낚싯대를 접고 숙소인 산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 은어낚시의 메카인 경호강의 물줄기가 최종 합류하는 진양호를 관람했다. “진양호는 1970년 남강댐의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로 29.4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저수량은 3억1000만톤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대만 낚시인들은 섬나라인 대만에는 진양호처럼 큰 호수는 드물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탁수에도 아랑곳 않는 덕천강 은어들의 용맹

 

     

▲ 방한 첫날 낚은 덕천강의 은어들.                                       ▲ 구장쯔씨가 공중받기로 은어를 뜰채에 담고 있다.
 

3일 째인 7월 20일엔 하동 섬진강으로 이동해보았으나 황톳물 때문에 본류는 낚시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지류인 화개천에서 내려오는 물은 다행히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남도대교 아래 포인트에서 20cm 내외의 은어가 간간이 얼굴을 내밀었지만 조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지막 날인 7월 21일, 원정대장 슈센서씨는 “덕천강에서 한국 원정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싶다. 운은 하늘에 맡기고 덕천강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다시 찾은 덕천강은 첫날보다 30~40cm 물이 불어 있었다. 물색도 그리 맑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은어가 먹자리를 형성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뇌리를 스쳤으나 낚싯대를 펼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씨은어를 넣기가 무섭게 훌륭한 씨알의 은어가 연속으로 걸려들고 있지 않은가! 젊고 건장한 체구의 30~40대 대만 낚시인 세 명은 거친 물살을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가 손을 타지 않은 포인트에서 소나기 입질을 받기도 했다. 이날의 조과는 23~25cm급으로 1인당 30~40수. 낚시를 마친 후 대만 낚시인들은 은어가 가득한 뜰채를 들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추억의 사진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안내를 맡은 필자도 무사히 소임을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담배 한 모금을 맛있게 들이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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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년에도 한국의 멋진 은어를 보러 오고 싶습니다”

 

슈센서(徐友駿) 대만 은어낚시 원정대장

 

 

소문으로만 들어 왔던 한국의 강에서 은어낚시를 만끽했습니다. 강력한 공격성과 체고의 훌륭함에 놀랐습니다. 한국 은어의 손맛은 저의 은어낚시 경험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원정을 갈망하는 대만의 은어낚시인들이 무척 많습니다. 내년에는 대규모의 군단을 이끌고 한국의 경호강과 덕천강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대만은 약 40년 전, 정확하게는 1969년에 밧데리와 약품, 그물 등에 의한 남획으로 은어가 완전 멸종되었습니다. 그 후 1983년 일본 수산연구소의 협조로 비와호 은어의 발안란과 치어를 대만의 10여 군데 하천에 방류하여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만의 은어는 바다로부터 소상하는 자연산 은어는 전혀 없고 100% 방류한 은어입니다.
대만의 은어낚시 인구는 약 500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모든 낚시인이 8개의 낚시회에 가입하여 회원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어 방류사업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지 않고 낚시회가 주동이 되어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5월 1일부터 9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금어기 없이 은어낚시를 허용하고 있고, 5~6월에 낚이는 은어의 씨알은 대개 18~22센티 정도 됩니다.
대만에는 매월 각 낚시회에서 자체주관하는 은어낚시 대회가 있고, 8개의 낚시회가 통합하여 연간 2~3회의 낚시대회를 개최합니다. 최근 일본의 낚싯대 메이커 Shimotsuke가 대만 은어낚시의 저변확대를 위해 자사의 필드테스터를 참가시키는 낚시대회를 대만에서 개최했습니다. 200명의 대만 낚시인들이 참가하여 성대하게 치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