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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압도적 승리" 일군 '지장' 이순신의 리더십[박미애의 씨네룩]

USS DELTA VECTOR 2022. 8. 1. 08:27

'한산', "압도적 승리" 일군 '지장' 이순신의 리더십[박미애의 씨네룩]

박미애 입력 2022. 07. 29. 09: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라며 불굴의 의지로 330척의 왜선에 맞선 성웅 이순신이 8년 만에 귀환했다. 시간을 앞으로 되돌린 ‘한산:용의 출현’(이하 ‘한산’)을 통해서다.

‘한산’은 명량해전과 함께 이순신의 위대한 전투로 꼽히는 한산해전을 다룬다. ‘한산’의 도입부에는 임진왜란 발발 이후 15일 만에 한양을 빼앗겨 국운이 기운 조선의 모습을 담는다. 와키자카가 이끄는 왜군은 북쪽 진격을 목적으로 부산에 본진을 두고 병력을 모은다. 이순신은 왜군의 공격에 대비해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전투를 준비한다.

‘한산’은 정보전, 심리전, 전면전 등으로 전투의 과정을 짜임새 있게 펼친다. 첩자들이 암약하는 정보전으로 예열한 이후 압도적인 규모와 효과적인 전술이 돋보이는 해상 전면전은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특히 전세를 뒤바꾼 학익진과 거북선의 활약은 쾌감 이상의 전율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순신이 와키자카와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면서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인내하는 대목이다. 이순신은 견내량에 정박해있던 왜군을 기습해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해내고, 왜군을 포위하고 또 섬멸하기 위해 바다 위에 성을 쌓으면서, 참고 또 참는다. 이순신의 인내심은 학익진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함으로, 그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냉철한 판단력과 통찰력, 그것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추진력은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결의로 용맹을 떨쳤던 ‘명량’의 이순신과는 또 다른 리더십을 보여준다.

내우외환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2년 넘게 이어지는 전염병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나라 안팎으로 근심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난세를 견뎌낼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수세에도 불구하고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이중, 삼중으로 대비책을 세워놓고 “압도적인 승리”를 끌어낸 지략가 이순신의 리더십이 4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산’의 이순신은 박해일이 연기했다. 감독의 말처럼, 박해일의 이순신은 용장(勇將·용렬한 장수)이었던 최민식의 이순신과 다르게, 지장(智將·지혜로운 장수)의 면모를 감정 과잉 없이 차분하게 표현해내 리더십을 음미하게 한다. 이순신의 리더십을 돌아보게 하는 또 다른 인물은 변요한이 연기하는 와키자카다. 변요한은 악역보다 이순신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배역에 접근해, 역으로 이순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안성기는 이순신을 보좌하며 그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노장 어영담으로, 손현주는 이순신과 대립하며 긴장감을 불어넣는 경상우수사 원균으로 묵직한 존재감과 더불어 ‘한산’의 완성도를 높인다.

8년전 ‘명량’은 국가적 위기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리더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1761만명의 선택을 받았다. ‘한산’은 오늘날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관심이 쏠린다.

감독 김한민. 러닝타임 129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7월 27일.

박미애 (oriald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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