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은어의 매력 “죽기 전에 꼭 즐겨봐야 할 낚시” 2016년 9월
이영규 기자
아유츠리는 일본의 전통낚시다. 일본에서 아유츠리는 우리나라에서 붕어낚시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즐기는 은어낚시도 과거 일본낚시인들에 의해 전수된 것이며 지금도 낚시장비와 채비, 기법이 모두 일본의 것을 쓰고 있다.
대체로 한국과 일본은 수중환경이 비슷하고 낚시대상어들도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인기 있는 낚시장르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다. 그런데 유독 은어낚시만큼은 일본의 두터운 애호가층에 비해 한국은 의아하리만큼 애호가가 적다. “전국의 은어낚시 인구가 1천명에 못 미친다”는 게 국내 은어낚시인들의 이야기다. 왜 그럴까?
우선 낚시터가 적다. 우리나라에서 은어가 소상하는 하천은 섬진강, 경호강 외에 동해안의 작은 하천들뿐이다. 한강의 은어는 멸종되었고, 낙동강의 은어는 80년대까지는 남강과 황강까지 소상하였으나 하구언을 막은 뒤 멸종하였다. 금강과 영산강도 하구언으로 막혀 은어가 소상할 길이 없다.(한편 경호강의 은어는 바다에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육봉형으로 개량하여 진양호에서 겨울을 나고 올라오는 은어들이다.)
둘째 시즌이 짧다. 은어는 산란을 준비하는 6월부터 시작돼 10월까지 낚이는데 9월과 10월 두 달은 금어기로 지정되어 있다.(경남은 9월 1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금어기다.)
셋째 낚시도구가 비싸다. 은어낚시는 일본에서만 즐기다보니 한국과 중국에서 관련용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제품이 일본산이며 비싸다. 은어낚싯대는 초급용이 70~80만원대, 중급용이 200~250만원대, 고급용은 500~800만원을 호가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은어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한 번 경험하면 삐져나올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낚시”라고 말한다. ‘죽기 전에 반드시 즐겨봐야 될 낚시’라는 것이다. 은어낚시가 빈약한 낚시여건과 얇은 동호인층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리고 낚시춘추가 여름철 특집기사로 은어낚시를 다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맑고 시원한 여울에 들어가 은어를 낚고 있는 낚시인. 여름에 이만한 피서낚시도 없다. 사진은 덕천강 하류권.
▲맑고 깨끗한 은어의 자태. 성어가 되면 이끼를 훑어 먹고 산다.
▲놀림낚시로 은어를 낚은 여성 낚시인들. 기본기만 익히면 여성들도 쉽게 은어를 낚을 수 있다.
가장 맛있는 민물고기
은어낚시의 매력은 은어라는 물고기 자체가 풍기는 아우라에서 비롯된다. 은어는 대단히 맛있는 고기다. 은어는 연어와 같은 모천회귀어다. 어릴 적 바다에서 지낸 특성상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몸에 염기가 배어있어 어떤 요리를 해도 약간 바다고기 맛이 난다. 하천으로 올라오면 강돌에 붙은 이끼를 먹고 살기 때문에 살에서 은은한 오이향(흔히 수박향이라고 표현한다.)을 풍긴다.
일본에서 은어는 아주 비싸다. 도쿄에서는 20cm 은어 숯불구이 한 마리가 5~6만원에 팔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은어는 최고급 어종이다. 양식 은어가 회 한 접시에 4만원, 구이 한 접시에 3만원씩 한다. 자연산 은어는 그 양이 적어서 식당에서 거의 먹기 어렵기 때문에 값을 매길 수도 없다. 입맛이란 게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민물고기 중 가장 맛있는 게 은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시원한 여울 속에서 즐기는 피서낚시
은어낚시가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에 시원한 강물 속에서 즐긴다는 점이다. 붕어낚시는 여름에 더위와 싸워야 하지만 은어낚시는 타이즈를 입지 않으면 폭염 아래서도 소름이 돋을 만큼 시원하다. 그래서 은어낚시인들은 다른 계절에는 붕어낚시나 바다낚시를 즐기다가 여름이 오면 다른 낚시를 전폐하고 오직 은어낚시만 즐긴다. 수년 전 폭염이 작렬하는 어느 여름날, 명동 거리를 걷던 나는 수원의 한 갯바위낚시 매니아가 낚시 중이라는 얘기에 미쳤다고 말했는데 “경호강에 몸을 담그고 은어를 낚고 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래, 바로 이 낚시야’하고 맘속으로 소리쳤던 기억이 난다.
입문은 힘드나 배우고 나면 쉬운 낚시
은어낚시는 입문하기가 어렵다. 주변에 은어낚시를 가르쳐줄 동호인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비야 돈을 주고 사면 되지만 현장에서 1대1 강습을 받지 않으면 배우기 힘든 은어낚시를 혼자 시작하기는 어렵다. 다행히 은어낚시인을 만나 현장강습을 받아도 0.2호에 이르는 극세 수중사, 복잡한 매듭, 작고 섬세한 채비 앞에서 초보자들은 이내 두 손을 들기 일쑤다.
하지만 일단 기본기만 갖춰진다면 은어낚시만큼 쉬운 낚시도 없다. 낚시채비에 살아 있는 은어를 꿰어서 강물 속으로 흘려보내면 은어들이 알아서 공격하다 걸려들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은어를 낚을 수 있다. 실제 은어 놀림낚시는 여성도 쉽게 즐길 수 있고 책이나 방송에서 보던 마릿수 조과도 어렵지 않다. 어느 은어낚시 전문가는 “은어낚시 인구가 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에겐 환영할만한 일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낚시터가 비좁아지고 손맛 볼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이기적인 발상이지만 이 즐거운 신선놀음을 다른 낚시인들이 몰랐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다.
▲섬진강 남도대교 하류 여울에서 은어를 노리는 낚시인. 섬진강은 포인트가 넓고 은어 자원도 풍부하다.
▲놀림낚시로 올린 은어들. 아름다운 생김새만큼이나 맛도 좋다.
은어낚시 최고봉은 ‘토모츠리’
은어를 낚는 방법에는 생미끼낚시, 케바리츠리와 토모츠리가 있다. 생미끼낚시와 케바리츠리는 바다에서 갓 소상한 어린 은어를 낚는 방법인데 주로 동해하천에서 곤쟁이미끼나 곤충을 닮은 털바늘로 낚는다.
그러나 은어낚시의 진면목은 역시 놀림낚시에 있으며 은어낚시 하면 곧 놀림낚시를 말한다. 은어는 어느 정도 성장하면 동물성 먹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놀림낚시를 해야만 낚을 수 있다. 일본 말로 도모츠리(友釣)라 부르는 놀림낚시는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다른 은어를 공격하는 은어의 습성을 이용한 낚시방법이다. 성어가 된 은어는 사방 2~3m를 자신의 먹이영역으로 정하고 그 안의 돌에 끼인 이끼를 주식으로 삼는다. 만약 이 범위 안에 다른 은어가 침입하면 격렬하게 달려들어 몰아내는데 이런 습성을 이용해 ‘은어를 미끼로 다른 은어를 낚는 기법’이 놀림낚시다.
놀림낚시는 미리 잡아놓은 은어(씨은어)의 코에 코걸이를 걸고 배에 꼬리바늘(갈고리형 삼발이바늘)이 연결된 역침을 꽂아서 강물 속의 다른 은어들(먹자리 은어) 속으로 보내어 먹자리 은어의 공격을 유도하는 기법이다. 침입자를 발견한 먹자리 은어는 씨은어의 몸을 맹렬히 들이받다가 씨은어의 꼬리 부근에 달린 꼬리바늘에 몸통이 박혀 나오는 원리다. 씨은어와 먹자리 은어가 싸우는 모습을 마치 찾아온 친구를 반기는 모습으로 희화한 것이 도모츠리란 말의 어원이다.
씨은어 꿰기, 포인트로 보내기, 걸린 은어 끌어내기 등의 과정은 대단히 액티브하고 스릴이 넘친다. 그리고 손맛도 뛰어나다. 은어의 덩치가 작아서 무슨 손맛이 있을까 싶겠지만 은어는 상당히 힘이 좋은 물고기이며 여울 속에서 두 마리의 은어가 동시에 차고 나가면 10m가 넘는 긴 은어대가 활처럼 휘어진다.
은어의 성장속도
은어는 4월부터 7~8cm 크기의 치어 상태로 강으로 소상하면서 하루에 약 1.5mm, 0.37g씩 살을 찌운다. 4~5월에 10~15cm였던 은어들은 6~8월이 되면 20~25cm로 성장하며 계속 상류로 이동한다. 산란은 9월 무렵에 하며 대부분 산란 후에는 일생을 마치게 되나 이때 죽지 않고 이듬해까지 낚이는 일부 개체를 묵은 은어라고 부른다. 은어 기록어로 가끔씩 제보되는 30cm 이상급들은 묵은 은어일 확률이 높은데 그 수는 많지 않다.
은어가 강으로 처음 소상할 때는 수서곤충이나 날파리 등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이때는 털바늘이나 곤쟁이를 미끼로 써서 은어를 낚는다. 본격적인 놀림낚시가 시작되는 것은 은어가 이끼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인데 섬진강의 경우 4월 중순이면 이 먹이패턴이 시작되나 대부분 5~6월부터 시작된다. 은어가 이끼를 먹기 시작했다는 것을 '먹자리를 시작했다‘고도 표현한다.
일반 은어와 육봉은어
은어는 연어처럼 바다에 살다가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회귀하는 물고기다. 우리나라에는 섬진강, 양양 남대천, 울진 왕피천, 삼척 오십천 정도가 은어가 소상하는 대표적인 하천이며 그밖에 바다와 연결된 작은 하천 곳곳에서,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은어가 낚인다.
한편 육봉은어라는 것이 있는데 바다가 아닌 호수에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적응시킨 은어를 말한다. 호산(胡産)은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경호강 은어다. 경호강의 은어는 하류의 진양호에서 겨울을 난 것이며, 금강 상류에서도 은어자원 증식을 위해 대청호에 치어를 방류한 육봉은어가 발견되고 있다.
은어낚시 금어기
강원도&경북
4월 1일~5월 20일,
9월 1일~10월 31일.
그 외 지역
4월 1일~4월 30일,
9월 15일~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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