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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뢰

USS DELTA VECTOR 2023. 2. 16. 12:14

군뢰

 금수  2022. 10. 22. 14:10
 

 

조선후기 형벌을 집행하는 등의 업무를 맡은 병졸인 군뢰가 사행길 부담마를 탄 모습을 그렸습니다.

열하일기 도강록 중 1780년 6월 24일

군뢰란 만부(灣府)에서 가장 기운 센 자를 뽑아온 것인데, 이 일행 하인들 중에서 특히 일도 많이 하고 먹음새도 제일 세다고 한다. 그 자들 차림차림이란 몹시 우스워서 허리를 잡을 지경이다. 남색 운문단(雲紋緞)을 받쳐 댄 전립(氈笠)에 털상투의 높은 정수리에는 운월(雲月)이나 다홍빛 상모(象毛)를 걸고, 벙거지 이마에는 날랠용(勇) 자를 붙였으며, 쇠붙이로 오려낸 아청(鴉靑)빛 삼베로 만든 소매 좁은 군복에 다홍빛 무명 배자(褙子)를 입고, 허리엔 남방사주(藍方絲紬) 전대(纏帶)를 띠고, 어깨엔 주홍빛 무명실 대융(大絨 웃옷 위에 걸치는 겉옷)을 걸고, 발에는 미투리를 신었다. 그 꼴이야 말로 어엿한 한 쌍의 사내다. 다만 그 말 탄 꼴을 보면 이른바 반부담(半駙擔)이어서 안장 없이 짐을 실었는가 하면, 타는 것도 탄다기보다는 오히려 걸터앉은 셈이다. 등에는 남빛 조그마한 영기(令旗)를 꽂고, 한 손엔 군령판(軍令版)을, 또 한 손에는 붓ㆍ벼루ㆍ파리채와 팔뚝만한 마가목(馬家木) 짧은 채찍을 잡고, 입으로는 나팔을 불고, 앉은 자리 밑엔 비스듬히 여남은 개의 붉게 칠한 곤장(棍杖)을 꽂았다. 각방(各房)에서 약간 호령이 있을 때 문득 군뢰를 부르면, 일부러 못 들은 체하다가 연거푸 10여 차례 불러야 무어라 중얼거리며 혀를 차고 하다가는, 금시에 처음 들은 듯이 커다란 소리로 ‘예이’ 하고 곧 말에서 뛰어내려, 마치 돼지처럼 비틀걸음에 소처럼 식식거리면서 나팔ㆍ군령판ㆍ붓ㆍ벼루 등속을 모두 한 쪽 어깨에 메고 막대 하나를 끌며 나간다.

[출처] 군뢰|작성자 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