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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옥 박사의 외래어종의 현주소(3) 이식에 실패했지만 재평가해야 할 물고기 초어

USS DELTA VECTOR 2024. 4. 26. 07:29

이완옥 박사의 외래어종의 현주소(3) 이식에 실패했지만 재평가해야 할 물고기 초어

 

 

이완옥 이학박사, 중앙내수면연구소

 

외래도입종 중에는 지금은 크게 수요가 없어 방치되어 있지만 도입 당시에는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었거나 이용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종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러한 종들은 대부분이 국내 수생태계에 적응하지는 못하고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대형종 중에는 강이나 댐 호수에서 간혹 출현하여 낚시인뿐 아니라 많은 국민을 놀라게 하는 종들이 있다. 대표적인 물고기가 초어다.
초어(草魚, Ctenopharyngodon idellus (Valenciennes))는 풀을 먹는 고기라는 의미로서, 영명도 풀을 먹는 잉어라는 뜻으로 ‘Grass carp’이라 부른다. 수생식물 뿐 아니라 육상식물까지 먹는 물고기는 아마 초어가 유일할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내수면 양식산업이 발달한 중국에선 4대가어(四大家魚) 중 하나에 포함되며, 당나라 시대부터 중요한 양식대상종이 되었다. 육상의 식물을 이용하여 값싸게 양식이 가능하여 싼 단백질을 쉽게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양식대상종으로 이용해오고 있다.
초어의 원산지는 아시아 대륙의 동부지역이며, 양쯔강과 흑룡강 등 중국의 큰 강에서 자연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의 나라에서는 자연 분포하고 있지만 본 종의 우수한 특징 때문에 양식대상종으로 이식되어 전 세계에 분포하게 되었다.

 

풀을 먹는 고기라는 의미의 초어(草魚). 1m 이상으로 자라는 대형종이다.
 

수생식물, 육상식물 모두 먹는 유일한 동물

일본의 경우에도 명치시대 이래 10여 차례 이상 시험이식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식과 자원조성의 목적으로 1963~1975년에 걸쳐 일본과 대만에서 도입하여 연구소에서 종묘생산을 실시하였고, 생산된 일부 치어를 낙동강, 소양강(한강수계), 각 댐 호수와 저수지에 방류하였으며, 일부 개체들은 사육하던 양식장으로부터 유출되었으나 자연산란이 우리 하천이나 강에서는 적합하지 않아서 자연수계에서 산란된 경우는 기록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출된 치어들이 성장하여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수계의 하류 지역이나 안동호, 소양호, 충주호 등 일부 댐 호수에서 간혹 1m 이상 성장하여 잡히기도 한다. 안동호에서 160cm 이상의 초어가 낚시에 잡힌 기록이 있다.
초어는 모양이 기수역에 사는 숭어와 많이 닮아 있지만 분류학적으로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금강 하구에 주로 서식하는 눈불개와는 외형뿐 아니라 분류학적 유연관계도 매우 가깝다. 잉어목 잉어과에 속하는 담수어류로서 전장이 100㎝ 내외까지 자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더 자랄 수 있다. 몸은 회갈색이며 체측과 복면은 은백색이고, 모든 지느러미는 약간 검게 보이며 비늘의 기부(肌膚)는 진한 갈색이다.
다른 잉어류와 비슷한 습성을 보여서 온수성 어류가 좋아하는 수온인 15~20℃ 범위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식성은 수초나 부드러운 나뭇잎 등 육상식물까지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순수한 초식성이다.

 

 

                           2004년 11월 박충기 프로가 안동호에서 낚은 127cm 초어.

 

88올림픽 성공에 기여한 물고기

이러한 초식성 특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올림픽 때에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수초 제거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처음 만들었을 때 너무 자라나는 수초를 해결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곳에 중앙내수면연구소에서 시험 사육 중이던 초어를 방류하여 수초 제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올림픽 경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끔 한강에서 잡히는 초어와 백련어, 대두어는 이때 방류하였던 개체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가 잡히는 개체들로서 1m 이상 된다.
최근에도 미사리의 경정장(競艇場)이나 일부 골프장의 연못에서 수초가 대량 번식하여 초어를 분양받고자 요구하지만 현재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외래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연구소에서도 종묘생산을 하지 않고, 혹시 있을 수 있는 수요를 대비하여 어미를 보존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 안에 사료 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분과 곡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초어가 재평가되어 양식대상종이나 자원조성용으로 이용될 수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기를 대비하여 연구소에서는 어미로 사용할 종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초어의 산란은 중국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6월 하순에서 7월 상순으로 수온이 18~24℃가 되는 시기에 큰 강(폭 600~650m, 유폭 400~450m) 상류의 모래나 진흙이 깔린 바닥을 산란장으로 선택한다. 부화 후 2년이 지나면 1㎏ 이상으로 자라며, 생후 5~6년이면 성숙하여 산란할 수 있다. 암컷 1 마리당 포란 수는 50~60만 개이고 알은 침성란으로 100㎞ 이상 강의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면서 부화하는 독특한 부화 습성을 가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물이 지속적으로 100㎞ 이상 흐르는 큰 강이 없어서 자연에서 적응하여 산란이 성공하는 예가 없는 것이다. 19.5~22℃의 수온에서 수정 후 42~45시간 만에 부화하며, 산소 부족에 견디는 힘이 강하고 대형종이기 때문에 양식 대상종으로 매우 우수한 특징을 가진다.   
우리나라 강이나 하천, 댐 호수 및 저수지에서 방류된 초어의 자연번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수생태계에 피해가 직접적으로 보고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어종은 국내의 담수 수역에서 성장은 하나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치어를 계속 방류하지 않으면 하천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대규모 방류가 이루어진다면 초어가 서식하는 동안 수중의 수초를 다량으로 섭식하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의 산란장과 서식지를 교란시키는 생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완옥 이학박사, 중앙내수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