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르는 물고기 이야기 ④ 남해의 인기 넘버원 볼락
김준형 부산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근무 루어낚시인
학명 : Sebastes inermis
표준명 : 볼락
방언 : 뽈낙이, 뽈라구, 열기, 순볼래기(전남), 꺽저구(경북), 열광이, 우레기
영문명 : Dark banded rockfish
일본명 : 메바루(メバル)
▲ 초록빛 체색이 선명한 청볼락(가운데 위)과 황금빛이 나는 금볼락. 볼락은 체색에 따라 청볼락, 흑볼락, 갈볼락, 금볼락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바다루어낚시 붐을 일으킨 대상어종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볼락이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바다루어낚시의 시작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한 농어였으나, 지금도 그렇지만 농어는 쉽사리 만날 수 있는 대상어는 아니다. 더군다나 농어루어낚시 초기의 육중한 장비와 채비는 루어낚시를 대중화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에 비해 볼락루어낚시는 보다 가벼운 채비로 손쉽게 대상어를 만날 수 있었고, 게다가 어떠한 요리를 해도 맛있는 볼락은 많은 사람들을 바다루어낚시의 매력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필자 역시 오래전 조우의 손에 이끌려 볼락루어를 경험해 본 후 그 아기자기한 낚시의 맛과 어여쁜 볼락의 눈망울, 그리고 그 자태에서는 상상키 힘든 호쾌한 손맛에 반해 바다루어낚시에 빠져들게 되었다. 비단 루어낚시뿐만 아니라 마땅한 동네낚시 대상어가 없는 겨울철이 되면 많은 낚시인들이 볼락을 낚기 위해 민장대에 집어등을 들고 바다를 찾고, 봄철 ‘병아리’라 부르는 사백어가 나기 시작하면 사백어를 미끼로 볼락을 낚는 전문꾼들이 일부러 남해안을 찾는다.
우리나라 옛 문헌에서 볼락에 관한 내용은 찾기가 어렵다. 1803년 김려가 저술한 <우해이어보>에 기재된 보라어(甫羅魚)를 볼락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문헌에 따르면 볼락은 보라어 외에 볼낙어 또는 보락이라고 불리었으며, 이는 볼락의 체색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볼락의 크고 튀어나온 눈 때문에 메바루(メバル)라고 불리며, 에도시대에는 개구리가 변해 볼락이 된다고 믿었다는 기록이 있다.
볼락의 학명은 Sebastes inermis. 종명인 inermis는 무기가 없다는 뜻으로 양볼락과의 어류이지만 가시가 없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볼락은 양볼락과에 속하는 연안정착성 어종으로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해조가 무성한 연안해역의 암반지대에 주로 서식하며,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난태생어로서 11~12월에 교미를 하여, 이듬해 1~2월에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락의 최대크기는 전장 42cm로 성장이 빠른 편은 아니다. 만1년생은 약 9cm, 만3년생은 약 16cm로 자라며, 우리가 주로 낚시의 대상으로 하는 크기인 20cm가량으로 자라는 데는 만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기 적합한 구조
볼락의 식성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볼락이 선호하는 먹이는 주로 작은 새우 등의 갑각류와 갯지렁이 등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장함에 따라 먹이의 크기도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연안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는 특성상 그 계절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먹잇감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볼락의 주둥이는 뾰족한 모양으로 아래턱이 길고 입이 어체에 비해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볼락의 식성과 입의 구조로 유추해볼 때 볼락은 저질에 잠입해 있거나 바닥을 기어 다니는 먹이보다는 수중에 떠다니거나 해조에 붙어 있는 갑각류 등을 흡입하여 통째로 삼키는 습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볼락의 위장에는 먹이를 저장하는 맹낭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맹낭부를 가진 어류의 경우에는 일시에 많은 양의 먹이를 섭취하고 조금씩 소화시키는 특징이 있으므로 볼락 역시 하루 종일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먹이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볼락의 먹이습성과 관련된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집어등을 이용하여 낚시를 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볼락은 집어등 자체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여 모여드는 것은 아니다. 동물성 플랑크톤들은 일반적으로 주광성을 가지고 있어 야간에 강한 빛을 내는 광원에 모여들게 되는데, 위에서 언급한 볼락이 주로 선호하는 먹이생물인 단각류나 요각류 또는 이들을 먹기 위해 모여든 그보다 조금 더 큰 생물들이 집어등에 모여들게 되며, 이것이 볼락을 집어등 근처로 유혹하는 것이다.
볼락은 한 종류일까 세 종류일까?
우리는 흔히 볼락을 금뽈, 청뽈, 갈뽈이라고 체색에 따라 구분하여 부르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관동지방에서는 적볼락(赤メバル), 흑볼락(黑メバル), 갈색볼락(茶メバル), 관서지방에서는 적볼락 또는 금볼락(赤メバル/金メバル), 청볼락 또는 고등어볼락(靑メバル / 鯖メバル), 흑볼락 또는 참볼락(黑メバル / 本メバル)으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마다 선호하는 볼락도 달라서 제주에서는 청볼락이 환대를 받는 반면, 전남지방에서는 금볼락이 더 선호되는 등 그 맛에도 차이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볼락은 그 형태적 특징에 따라 분명히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고 있음에도 도감상에서는 한 종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이는 분류학적 기준에서 체색은 크게 의미가 있는 분류형질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체색 이외의 형질에서는 이 3가지 유형의 볼락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단순한 체색변이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실제 이 3가지 유형은 오래전에 각각 Sebastes inermis, Sebastes ventricosus, Sebastes cheni로 명명되었으나,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inermis를 제외한 나머지 종명은 동종이명(synonym)처리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3가지 유형의 볼락에 관한 연구가 계속 있어왔는데, 2001년과 2002년에 볼락의 DNA를 비교분석한 연구 결과 서로를 구분할 수 있는 차이가 발견되었고, 2008년에는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재검토하여 형태적 및 유전적으로 3종을 구분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이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추후 다른 연구결과들이 계속하여 뒷받침된다면 볼락은 3종으로 다시 나누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학술적으로야 이렇게 복잡하게 그들의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라 이 3가지 유형의 볼락의 형태적 특징 및 생태를 아래의 (표)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아기자기함이 매력만점인 바다루어 대상어종
볼락은 눈이 크고 순하게 생긴 생김새와는 달리 한 번에 많은 양의 먹이를 먹고 위에 저장하는 특성으로 인해 포식성이 강하다. 잠복해 있다가 순간적으로 먹이를 삼키고 다시 은신처로 돌아가는 습성 때문에 순간적인 스피드가 강하고 지구력이 좋아 크기에 비해 넘치는 손맛을 선사하는 등 게임피시로서 큰 매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뛰어나 매우 선호되는 바다루어 대상어종이다.
일반적으로 볼락낚시의 시즌은 초겨울과 늦봄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초겨울 출산 전 시기와 출산 후 회복기와 일치하는데 이때 필요한 영양분을 최대한 축적 또는 섭취하기 위해 먹이활동이 왕성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본래 볼락은 연중 일정한 지역에 머무르며 멀리 이동하지 않는 연안정착성 어류로 일년 내내 낚시가 가능하다. 다만 계절에 따라 선호하는 먹이가 다르므로 낚이는 포인트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말했듯 볼락은 주둥이의 형태나 위장의 구조를 근거로 판단해 볼 때 바닥보다는 바닥에서 어느 정도 떠 있는 먹잇감에 반응이 좋으며, 일정한 주기로 먹이를 사냥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실제로도 장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해 뜰 무렵이나 해 질 무렵 또는 일정한 물때에 왕성한 입질을 보이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주로 낚시하는 장소에서 볼락의 입질시기를 파악하는 것이 좋은 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 볼락루어낚시의 태클은 지역별로 뚜렷한 선호도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는 지역별로 볼락이 출현하는 포인트의 여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볼락낚시의 메카로 명성을 날렸던 남해안의 경우 수심이 약간 깊은 방파제나 포구에서 낚시가 이루어지고 주로 중상층부에 군영을 하고 있는 중소형의 볼락을 노리는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수심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으면서도 크기가 크지 않은 1~3g 내외의 지그헤드 채비가 주로 사용되며, 이를 최대한 멀리 캐스팅할 수 있는 UL 파워의 초리가 부드러운 로드가 선호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포항을 위시한 동해안 지역의 경우는 소위 ‘왕사미’라고 부르는 대형 볼락의 출현빈도가 높고 조류가 빠른 외양을 접한 수심 깊은 방파제에서도 볼락낚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남해안에서 주로 사용되는 채비와 장비보다 무거운 중량의 지그헤드와 이를 운용할 수 있는 L 파워 이상의 초리가 빳빳한 로드의 사용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부산과 울산지역을 포함한 동해남부권의 경우, 주로 수심이 얕은 연안의 간출여나 수중여가 산재해 있는 곳 위주로 장애물에 잠복해 있는 대형 볼락을 노리는 낚시가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량의 채비를 최대한 멀리 던질 수 있는 던질찌 채비가 고안되어 발전을 거듭하며 이용되고 있다. 던질찌의 중량이 적게는 7g에서 많게는 15g 이상도 사용되기 때문에 L 파워 이상의 튜블러 팁 로드와 다소 굵은 라인이 선호되고 있다.
남획에 의한 개체 감소 우려
볼락이 속해 있는 양볼락과의 어류는 연중 일정한 지역에 머무르면서 거의 이동하지 않는 습성을 지녔으며, 이들에게서 태어난 2세들도 먼 지역으로 이동하지는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연안정착성 어종들은 연안해역의 자원 조성의 수단으로 널리 선호되기도 하지만 남획에 의한 자원고갈의 위험 또한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볼락은 성장이 상당히 느린 편으로 큰 개체들이 고갈된 곳에서 일정 크기 이상의 산란에 참여할 수 있는 성어들이 다시 자리를 잡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 필자가 처음 볼락루어를 접했던 2000년대 중반 무렵에는 볼락으로 유명한 지역의 어떤 곳을 찾더라도 많은 수의 볼락을 쉽게 만날 수 있었으나 불과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예전에 명성이 자자했던 포인트에서는 거의 볼락을 만나볼 수 없고 간혹 볼락을 만나볼 수 있는 곳들은 새롭게 개발되었거나 한동안 낚시인들이 찾지 않던 곳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연안의 볼락낚시 포인트는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아니므로 낚시인에 의해 자원고갈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르면 볼락의 포획금지체장은 15cm이다. 이는 산란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성숙체장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근래에는 낚시인들이 이러한 어종별 금어기나 포획금지체장 등의 규정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볼락의 경우는 젓갈이나 식해 등 우리나라 고유의 식문화 습관 때문에 이보다 더 작은 볼락을 잡아 가는 광경을 낚시터에서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게다가 볼락낚시는 크기보다는 마릿수 위주의 낚시가 이루어지고 있어 자원고갈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이 맛있는 볼락을 먹지 말고 모두 다 놓아주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특히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은 가급적이면 집으로 고이 돌려보내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이 즐거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바다를 잘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 또한 바다를 사랑하는 낚시인으로서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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