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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물고기 떼죽음 1년..낚시꾼 떠난 나주 만봉저수지

USS DELTA VECTOR 2021. 4. 4. 11:27

전국 유명 낚시터였지만 사건 뒤 낚시객 발길 드문드문
'죽은 저수지' 오명..수변데크길·화장실 설치로 부활 노려

4일 오전 나주 만봉저수지에 드리운 낚싯대. 2021.4.4/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내리는 비는 많은 산소를 내포하고 있어 수중의 산소 용존량을 늘린다. 때문에 저수지에 사는 물고기의 활성도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겨울을 지내고 기온이 올라가는 봄에 내리는 비는 붕어낚시에 크게 유리하다는 게 낚시꾼들의 분석이다.

전날에 이어 촉촉한 비가 내리는 4일 아침나절 찾아간 만봉저수지의 풍경은 고즈넉했지만 과거처럼 낚시꾼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광주의 한 낚시동호회에서 정기출사를 온 9명과 상류 부근에 서너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다.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 자리한 만봉저수지는 꼭 1년 전, 일명 떡붕어를 중심으로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원인 모를 떼죽음이 발생했던 장소다.

정확한 떼죽음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미궁으로 남았고, 전국적인 최고의 낚시 포인트였던 이곳은 떼죽음 사건 이후 낚시꾼들의 발길이 대부분 끊겼다.

광주에서 왔다는 홍모씨(55‧광주 서구)는 "어제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동호회원들과 함께 왔다"며 "1년 전 떼죽음 사건 이후 낚시꾼들이 이곳을 거의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4일 오전 나주 만봉저수지를 찾은 낚시꾼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고 있다. 2021.4.4/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지난해 4월초부터 3주일 넘게 지속됐던 만봉저수지 물고기 떼죽음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결국 미궁에 빠진 사건이다.

원인규명에 나섰던 국과수 등은 '독물이나 수질악화에 따른 원인은 아니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특정한 어종 한 종류에만 폐사현상이 나타나면서 산란기 호르몬 장애에 의한 스트레스, 특정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폐사라는 가설만 제시한 채 1년이 지났다.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발생하기 전만 하더라도 주말이면 저수지를 빙 둘러 주요 포인트마다 낚시꾼들의 텐트 등이 빼곡하게 쳐졌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해 관리하고 있는 이 저수지는 수질 1급수의 깨끗한 환경에 주변 풍광이 어우러지면서 평소 낚시꾼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 이후 주말인데도 이곳을 찾는 낚시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낚시꾼들이 떠나면서 왜가리와 오리류 등 조류들이 대거 찾아오고 오히려 저수지 생태계는 안정됐다는 긍정평가도 나왔지만 '죽음의 저수지'라는 낙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4일 오전 나주 만봉저수지를 찾은 한 낚시객이 잡은 참붕어를 건져올리고 있다. 2021.4.4/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술병이며 부탄가스통,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불만을 토로했던 지역 주민들마저도 이제는 그런 낚시꾼들이 그리운 상황이 됐다.

때문에 주민들은 나주시와 저수지 관리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를 통해 살아 있는 저수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관광객들이 산책할 수 있는 수변데크길을 설치하고, 낚시꾼들의 편의를 위해 저수지 주변에 공중화장실 설치도 준비 중이다.

한철호 만봉리 이장은 "물도 깨끗해지고 악취문제도 해결됐지만 낚시꾼들이 찾아오지 않는 죽은 저수지가 됐다"며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찾아오는, 다시 살아 있는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2박3일 일정으로 낚시를 왔다는 구모씨(50‧광주 북구)는 "일본산 떡붕어가 많이 폐사하면서 오히려 참붕어 씨알이 커진 느낌"이라며 "낚시객 스스로 쓰레기는 되가져가고 농번기철 농경지 주변은 피하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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