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세상 쉬운 바다루어 13] 어자원 증가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쥐치 루어낚시
박경식 프리라이터·솔트루어린 회원
쥐치는 예전부터 낚시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어종이다. 사포 같은 까끌까끌한 껍질을 벗기면 드러나는 핑크빛 살은 감성돔, 벵에돔을 훌쩍 능가하는 최고의 횟감으로 꼽혔고, 몸통에 든 큼직한 간은 푸아그라와 맞먹는 고소함을 가졌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최고의 횟감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많은 어종이 바로 쥐치다. 하지만 쥐치는 그러한 치명적인 맛으로 인해 너무 많이 남획되어 근해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손가락만 한 새끼들도 몽땅 그물로 잡아서 쥐포를 만드는 바람에 명태의 새끼인 노가리처럼 남획에 씨가 말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와 동해안을 중심으로 쥐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급감한 쥐치의 자원을 늘이기 위해 성장속도가 빠르고 적응력이 뛰어난 말쥐치의 치어를 매년 5만~10만마리씩 방류를 했는데, 말쥐치와 더불어 쥐치의 어자원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2010년 중반부터 제주도에서는 벵에돔낚시에 쥐치가 많이 걸려들기 시작했고 동해에서도 벵에돔, 감성돔낚시에 쥐치가 올라왔다.
쥐치가 등장하자 루어낚시인들은 발 빠르게 쥐치용 카드채비에 웜을 꿰어 쥐치 루어낚시를 시작했고 조과도 제법 좋다. 배낚시에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과가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어서 입소문만 탄다면 금방 다시 인기장르로 급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남해에서는 가을에 쥐치바늘 주문이 폭증하고 있으며 쥐치를 전문으로 낚는 낚시인들도 많이 등장했다.
▲달달한 회맛과 푸아그라에 버금가는 고소한 간을 가진 쥐치.
한때 남획으로 연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최근 어자원이 증가하며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시즌
여름과 11월~1월이 피크
쥐치는 여름 어종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늦가을부터가 진짜 피크다. 여름에는 활성도가 올라서 중상층에서 잘 입질하지만 작은 입과 빠른 동작으로 미끼를 금방 도둑질하기 때문에 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쥐치를 잡을 때 반짝이로 유인해서 큰 바늘로 훌치는 일명 ‘훌치기’ 방식으로 낚아냈다.
낚시로 낚는 것은 가을 이후에 가능하다. 쥐치는 수온이 내려가면 일정 구역에 모여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중상층이 아닌 바닥층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좀더 쉽게 노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동해와 남해 근해의 경우 늦가을(보통 11월)이 되면 쥐치가 연안의 특정 지역에 머무르기 때문에 방파제나 항구 내에서 쉽게 낚을 수 있다. 12월이 되면 쥐치가 연안에서 조금 멀리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때는 배낚시를 하면 잘 된다.
로드와 릴
쥐치 전용대에 2500번 스피닝릴
쥐치 루어낚시는 연안낚시와 선상낚시로 구분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가와하기(쥐치) 전용대가 이미 여러 가지 출시되어 있어서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는 많이 보급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에깅로드나 길이 8ft이하의 바다 루어낚시용 로드를 사용한다.
쥐치는 작은 입으로 아주 간사한 입질을 하기 때문에 초리도 그에 맞게 아주 예민해야 어신을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짧고 빠른 액션을 줄 수 있어야 하므로 길이는 8ft 이하의 다소 짧은 로드를 사용한다. 연안에서 채비를 멀리 던질 생각으로 8ft보다 더 긴 로드를 사용해도 좋지만 반드시 초리는 부드러운 것을 사용해야 한다.
스피닝릴은 합사 0.6~0.8호를 사용하기 좋은 2500번 섈로우스풀 스피닝릴을 쓴다. 보통 에깅에 사용하는 스피닝릴이면 무난하며 볼락이나 아징용 스피닝릴을 써도 무방하다.
쥐치는 크다고 해도 25cm가 잘 넘지 않으므로 작은 릴을 사용해도 파워에 밀리는 일은 없다. 원줄은 합사 0.6~0.8호를 사용하면 된다.
채비
연안은 프리리그, 배낚시는 카드채비
연안에서 쥐치를 노릴 때는 7~14g 싱커를 사용해 프리리그나 다운샷리그를 만들어 사용하면 된다. 여름에는 쥐치가 중상층을 오가기 때문에 일반적인 낚시에는 잘 걸려들지 않지만 11월이 지나면 쥐치가 바닥의 모래를 헤집으며 먹이를 찾기 때문에 바닥을 노리는 프리리그나 다운샷리그에 쉽게 걸려든다.
미끼는 조개살, 청갯지렁이 같은 생미끼를 사용해도 좋지만 생미끼는 쥐치가 쥐도 새도 모르게 갉아먹어서 입질을 잘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요즘에는 미끼로 잘 끊어지지 않는 웜을 사용한다. 웜 중에서도 갯지렁이를 닮은 것을 3~5cm 길이로 잘라서 사용하면 입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배낚시를 할 때는 쥐치낚시용 카드채비를 사용해 싱커를 달고 바늘에는 웜을 달아준다.
쥐치낚시용 카드채비에는 쥐치를 유인하는 반짝이가 많이 달려있으며 채비에 따라서는 쥐치 모양의 유인용 루어를 장착하는 것도 있다. 바늘은 3~4개가 달린 것이 대부분이며 쥐치 전용답게 아주 작은 바늘이 달려 있다.
▲다양한 쥐치낚시 채비. 반짝이나 루어가 달린 카드채비에 형광색 싱커를 사용한다.
필수 테크닉1
취이습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
쥐치는 낚기 어려운 물고기로 통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훌치기로 낚아냈다. 쥐치가 낚기 어려운 이유는 주둥이가 작아서 바늘에 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탐식성과 호기심이 대단해서 입질은 아주 많이 하지만 올릴 때마다 빈바늘만 올라오기 부지기수다. 한때는 복어보다 낚시인을 더 짜증나게 만드는 잡어가 쥐치였다.
쥐치는 자갈과 모래밭이 펼쳐진 암초지대에 주로 서식한다. 여름에는 전층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수온이 조금 더 오르는(표층수온은 여름이 높지만 중하층 수온은 가을이 높다) 가을이 되면 연안 가까이 다가와서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낚기 쉽다. 물이 탁하거나 오염된 곳보다는 맑은 해수를 좋아하므로 동해와 제주도 남해의 원도와 같은 청정해역에 많이 산다.
탐식성이 강한 어종으로 조개류나 갯지렁이,소형 갑각류, 해조류 등을 먹이로 하는 잡식성이다.
재미있는 점은 독특한 포식방법이다. 쥐치는 입에서 물을 뱉어 모래를 날려 먹잇감을 찾는다. 찾아낸 먹이를 단단한 이빨로 뜯어 먹는습성을 갖고 있는데, 쥐치를 노릴 때 바닥을 노려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형 아쿠아리움에 있는 쥐치류를 보면 금방 이해하겠지만 쥐치는 유영하는 것도 독특하다. 천적으로부터 도망칠 때는 꼬리로 재빠르게 헤엄치지만 먹이를 먹을 때는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사용하여 제자리에 서있기도 하고 뒷걸음질 치듯 헤엄치기도 한다. 마치 잠자리가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것과 같다.
이런 습성을 사냥에도 이용하는데 먹이를 흡입하고 달아나는 다른 어종과 달리 쥐치는 한자리에서 먹이를 뜯어 먹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입질을 파악하기 까다로운 것이다.
▲쥐치 배낚시 카드채비. 이것을 잘라서 연안에서 사용해도 좋다.
필수 테크닉2
쥐치 전용 바늘 사용
연안에서 쥐치를 노릴 때는 우선 채비를 잘 꾸려야 한다. 채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바늘이다. 쥐치는 주둥이가 작은 탓에 큰 바늘을 사용하면 웜만 갉아 먹는 상황이 연출되기에 작은 바늘을 사용해야 한다. 쥐치바늘 3~5호가 가장좋고 쥐치바늘을 구하기 어렵다면 크기가 작은 보리멸바늘이 좋다. 쥐치바늘은 바늘허리가 짧고 벵에돔바늘처럼 바늘끝이 안쪽으로 구부러진 옥니바늘이지만, 보리멸바늘은 허리가 길기 때문에 미끼를 꿸 때 너무 길게 꿰지 말아야 한다. 바늘이 길다고 미끼를 길게꿰면 헛챔질 확률이 올라간다.
쥐치낚시를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쥐치의 활성도가 높은 것이 낚시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활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미끼를 도둑맞을 확률이 높다. 쥐치낚시를 처음 하는 사람은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채비를 걷어보면 빈바늘만 올라오는 것을 보고 놀라는 경우도 있다. 활성도가 높을 때는 싱커가바닥에 닿자마자 미끼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쥐치의 이런 얍삽함을 캐치하는 것이 쥐치 루어낚시의 매력 중 하나이므로 일단 미끼가 없어지면 쥐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낚시에 집중하면 된다.
싱커를 이용한 프리리그나 다운샷리그를 사용하여 캐스팅 후 채비를 천천히 끌거나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채비를 위아래로 강하게 올리고 내릴 경우 활성도가 높은 쥐치를 상대로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 또한 바람이 불거나 바닥지형이 험한 경우에도 이런 액션이 잘 먹히며 입질을 파악하기 쉽다.
쥐치가 바닥에서 주로 입질을 한다면 캐스팅 후 라인의 텐션을 유지하고 입질을 기다린다.
입질이 오면 초릿대로 전달이 되는데 자잘한 입질은 무시하고 초리가 쑥 내려가는 본신에 챔질을 해야 한다. 쥐치는 여러 번 미끼를 갉아먹다가 흡입을 하기 때문에 처음 한두 번 입질에 챔질을 하면 십중팔구 헛챔질로 이어지며 인내심을 가지고 대여섯 번의 입질을 넘기고 채야 챔질에 성공할 수 있다.
▲쥐치 입.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 산호도 깨부술 수 있으며 크기가 작아 미끼를 도둑질하기 좋다.
쥐치낚시에 작은 바늘을 쓰는 이유도 쥐치 입이 작기 때문이다.
▲쥐치 루어낚시 채비. 다운샷리그에 웜을 꿰어 사용한다.
필수 테크닉3
채비 착수 후 원줄 텐션 유지
배낚시 기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다른 배낚시와 마찬가지로 채비의 싱커가 바닥에 닿게 한 다음 배의 롤링에 따라 채비를 바닥에서 띄웠다가 닿기를 계속 반복해 주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보통 활성의 쥐치에게 잘 먹힌다.
두 번째, 로드를 빠르고 강하게 흔드는 방법이다. 반짝이나 집어 기능이 있는 루어를 카드채베에 달고 쥐치에게 어필하기 위해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로드를 들어서 좌우,혹은 상하로 격렬하게 흔들어준다. 한치낚시에 사용하는 빠르고 강한 액션과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해주면 된다. 이런 액션으로 인해 카드채비에 달린 반짝이와 루어가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금속의 소리와 반짝임으로 쥐치가 모여든다. 모여든 쥐치는 바늘에 달린 웜에 입질을 하며 연안낚시와 마찬가지로 초리가 움직이는 입질이온다. 이 방법은 쥐치의 입질이 뜸할 때 집어를 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마지막 방법은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원줄을 더 풀어서 채비가 바닥에 가로로 드러누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동해에서 가자미낚시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쥐치가 바닥에 몰려 있을 때 사용한다. 이 방법을 쓰면 바닥에서 한 번에 많은 쥐치가 입질하며 입질도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12월 이후 쥐치가 바닥에 무리를 지어 있을 때 이런 방법을 쓰게 되는데 어느 장르에서도 느끼지 못한 신기한 입질을 경험할 수 있다.
▲싱커와 바늘을 사용해 만든 다운샷리그.
FISHING INFORMATION1
쥐치 VS 말쥐치
입맛은 쥐치, 손맛은 말쥐치
국내에서 낚이는 쥐치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쥐치는 완전히 마름모(◇) 꼴이며 말쥐치에 비해 조금 작다.
일명 참쥐치라고도 부르는데 맛이 말쥐치보다 훨씬 뛰어나다. 회가 달다고 말하는데 쥐치 회를 먹어보면 그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게 된다.
말쥐치는 말처럼 머리가 긴 것이 특징이다. 몸통도 가로로 더 길쭉해서 마름모 형태로는 보이지 않아 금방 구분이 간다. 낚시를 하면 주로 말쥐치가 잘 낚이는데 방류한 치어가 자라서 무는 것이 많다. 베트남 등지에서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쥐포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자원이 많이 줄어서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금어기로 정해져 있다. 특이한 사실은 정말 개체수가 적어서 보호해야 할 어종은 쥐치지만 정녕 쥐치는 금어기가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가로로 길쭉하게 생긴 날개쥐치라는 어종이 있다. 쥐치와 말쥐치와 금방 구분이 갈 정도로 길쭉하고 배에는 보라색 물결무늬가 있는 날개쥐치는 내장에 독이 있다. 복어독의 50~70배가 들어있기 때문에 아주 드물지만 낚는다면 무조건 버려야 한다.
▲화려한 채비에 현혹되어 걸려든 쥐치.
FISHING INFORMATION 2
쥐치는 해파리의 천적
쥐치는 여러모로 바다에 이로운 물고기다. 미끼를 도둑질해서 짜증은 나지만 여름에 급격하게 느는 해파리를 먹어치워 해파리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치어 때부터 해파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해파리를 공격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성체가 되면 꽤 많은 해파리를 먹는다.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많은 피서 인파가 몰리는 여름이 되면 해파리의 출현을 경고하는 뉴스가 항상 들리는데, 연안에 쥐치가 많다면 해파리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봄~여름 말쥐치 금어기 때는 낚시를 자제하고 개체 보호에 동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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